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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선 결과 - 반전 운동의 승리

독일 총선 결과 - 반전 운동의 승리

해외 좌파 저널에서

지난 9월 22일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총리로 재선된 것은 조지 W 부시와 전쟁광들에게는 나쁜 소식이었다. 슈뢰더가 이번 선거에서 엄청나게 지지율을 회복해 가까스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슈뢰더가 유엔이 이라크 전쟁을 찬성하더라도 자기는 반대할 것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슈뢰더의 사회민주당(SPD)은 강경 우파인 기민-기사 연합의 에드문트 슈토이버보다 9퍼센트나 뒤진 상태에서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9월 22일 선거에서 SPD는 2백51석을 얻었고, 보수당은 2백4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슈뢰더는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이 선거 사상 가장 높은 지지율인 8.6퍼센트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이에 비해 SPD의 지지율은 슈뢰더가 16년의 보수당 지배를 끝장낸 1998년보다 하락했다.

노동계급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깊은 환멸이 존재하고 있고, 실업률은 지난 12개월 동안 증가해 슈뢰더 집권 초기의 4백만 명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독일의 저명한 논평가들은 선거 기간에 슈뢰더가 반전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 SPD와 녹색당에 실망한 지지자들이 보수당을 몰아내기 위해서 투표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한다.

반전 태도 덕분에 SPD는 옛 동독 지역에서 민주사회당(PSD)[옛 공산당]의 표를 가져올 수 있었다. PSD는 두 명이 국회의원에 당선했지만, 독일 선거 제도 하에서는 그들이 얻은 지지율인 4퍼센트를 반영하는 더 많은 의원들이 당선되지는 못했다. 부시 일당은 이번 선거에서 전쟁이 핵심 쟁점이 되리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여론 조사 이틀 전에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슈뢰더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망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SPD와 녹색당의 승리는 토니 블레어의 신노동당의 이데올로기를 거스르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2년 동안 유럽에서 중도 좌파 정당들이 잇달아 패배했다. 특히 프랑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네덜란드에서 그랬다.

이 때문에 블레어 지지 논객들은 선거에서 이기는 유일한 길은 이민이나 범죄 문제를 둘러싸고 사회 불안 분위기를 조장하는 우파나 우익(극우파)을 모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의 에드문트 슈토이버는 선거 막바지 열흘 동안 인종 차별 카드를 사용했다. 그러나 슈뢰더가 이겼다.

슈뢰더는 난민 규제 조치들을 도입했지만, 선거 기간에는 이주자들을 공격하는 보수적인 태도와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전보다는 허약해진 상태에서 집권했고, 훨씬 더 심해진 정치·경제 불안정에 직면하고 있다. 그래서 슈뢰더를 지지한 사람들 사이에는 그의 반전 태도가 굳건히 지켜질지 의심하는 분위기가 널리 펴져 있다.

슈뢰더는 미국의 발칸 반도 전쟁을 지지했고, 과거 이라크 공격을 지지했다. 그가 이번 전쟁에 반대한 것은 그의 원칙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부분적으로 독일 대기업주들이 중동에서 미국이 승리하더라도 자신들의 이윤이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슈뢰더는 유럽의 “신속대응군” 창설을 강력히 지지한다. 이 신속대응군이 발전하면 유럽 국가들은 미국처럼 전 세계에 개입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슈뢰더가 전쟁을 반대하기는 했지만, 이라크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독일 내 미군 기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는 스스로 부시와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고 표명했다. 이것은 군국주의에 분명하게 반대하는 좌파 세력들의 반발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는 경제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난 여름 슈뢰더는 폴크스바겐의 인사 담당 이사이던 페터 하르츠를 실업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이 기구가 내놓은 주된 안은 실업 수당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축소하고 신노동당 식의 “생산적 복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슈뢰더는 이 안을 받아들였지만 선거를 앞두고 노동조합과의 마찰이 두려워 이 조치를 분명하게 실행하는 것은 피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대기업들의 규제 완화 압력을 받고 있다.

독일의 최대 소매업체 사장은 “[규제 완화 대상] 목록의 제일 처음에 나오는 것은 임금 이외 비용의 분명한 감축, 과다한 사회 복지 제도 개혁, 노동 시장의 유연화”라고 말했다. 슈뢰더는 그가 4년 동안 받아들인 블레어 파 이데올로기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대기업들을 달래려 한다.

그리고 그는 공공 지출을 삭감하고 싶어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가 내년에 유럽연합 안정화 협약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긴축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하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슈뢰더는 노동조합이나 SPD 지지자들과 충돌하게 될 것이다. 4년 전 슈뢰더가 집권했을 때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파 정당들을 눌렀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뿐이다.

선거 운동 초반부터 대량 실업과 긴축 정책에 맞선 저항이 터져 나왔다. 건설 노동자들의 전투적인 파업은 이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다. 더 커다란 저항의 압력은 선거 뒤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점이 중요하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크고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경제 대국이다. 독일의 정치적 양극화는 유럽 대륙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