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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볼리비아

볼리비아는 다시 한번 갈림길에 서 있다. 볼리비아의 가장 큰 주(州)[산타크루스]에서 지난 주말[5월 4일 일요일]에 치러진 자치권 확대에 관한 주민투표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에보 모랄레스 정부를 뒤흔드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

이 주민투표는 합법적 투표가 아니었고, 자치권 확대를 주장하는 자들의 승리도 뻔한 결과였다.

많은 좌파 단체 회원들은 투표하지 않았다. 투표에 참가한 사람들은 산타크루스의 신파시스트 조직인 UJC의 감시 아래 투표했다. 투표 날에 무력 충돌이 발생해 한 명이 죽고 30여 명이 다쳤다.

볼리비아는 ‘반(半)달’이라고 불리는 동부에 부의 대부분이 집중돼 있다. 동부의 4개 주 중 가장 부유한 산타크루스에는 대규모 콩 재배 농장이 있을 뿐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가 많이 매장돼 있다.

2005년 말에 에보 모랄레스가 당선한 이래로 동부 주의 엘리트들은 좌파 개혁 조처들의 도입을 사사건건 가로막아 왔다.

그들은 제헌의회 구성을 방해했고 민주주의와 사회정의에 관한 논쟁을 지역 자치권 문제로 왜곡시켰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중앙정부의 권한 중 일부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준이 아니다. 동부 엘리트들은 독자적 외교 정책을 펴고, 군대를 양성하고, 중앙과 분리된 사법 체제를 갖추는 등 사실상 독립된 정부를 꾸리려고 한다.

자치 주민투표는 동부의 부유한 대지주와 기업인 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빈농과 원주민 공동체 구성원 들은 엘리트들이 산타 크루스를 통치하면 사회·경제 정의 문제가 홀대 받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동부 엘리트들은 지난 2백 년 동안 볼리비아를 통치해 왔다.

모랄레스는 동부 엘리트들의 강력한 힘에 도전해 수백 년 동안의 볼리비아 자원 쟁탈전에서 고통받았던 사람들에게 부를 재분배하겠다고 약속해 당선했다.

모랄레스는 1990년대 말부터 볼리비아를 뒤흔든 대규모 기층 대중 운동 속에서 부상했다. 1999년 코차밤바 주민들은 물 사유화에 맞서 성공적으로 싸워 물을 공공의 소유로 되돌릴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원주민 공동체와 대중 조직들의 투쟁 ─ 특히 천연가스와 석유 자원의 통제권이 중요한 의제였다 ─ 으로 볼리비아의 세력균형이 바뀌었다.

국유화

모랄레스는 천연가스와 석유 자원의 국유화를 자신의 [개혁] 전략의 매우 중요한 고리로 삼았다.

모랄레스는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인데 볼리비아에서 원주민은 억압과 차별을 겪어 왔다.

볼리비아 인구 중 65퍼센트가 원주민 문화권에 속하며 대부분 께추아어(語)나 아이마라어(語)를 사용한다. 그러나 볼리비아 통치자들뿐 아니라 대지주, 기업인, 군 장성 들 대부분이 백인, 즉 ‘크리오요스’[라틴아메리카 출생 백인]다.

백인 엘리트들은 원주민 광부들이 고지대에서 극단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으며 힘들여 채취한 은과 주석으로 부를 축적했다.

1970년대 주석 광산이 폐쇄되기 시작하자 에보 모랄레스를 포함해 많은 광부들이 코차밤바 계곡으로 이주해 코카를 재배하거나 산타 크루스와 다른 동부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그곳에서도 그들은 고된 노동을 해야 했다. 코차밤바의 대중 투쟁과 함께 그런 현실이 변화하기 시작하자 국제 자본은 반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자치 주민 투표는 부자와 권력자 들의 반격 수단 중 하나다.

그들은 안데스 고원의 라파스에 근거한 모랄레스 정부가 볼리비아의 부와 자원을 통제하지 못하도록 하려 한다.

그러면 이 자원들은 산타 크루스의 부자와 권력자 들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수중으로 들어갈 것이다.

산타 크루스 엘리트들은 주민투표 운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적 말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 뒤에는 국제 자본의 이해관계가 있다.

최근 볼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대중 투쟁과 급진 정부는 정치적으로 능동적인 공동체와 대중 저항 운동에 기반한 대안 권력을 상징해 왔다. 이것이 지금 엘리트들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

이 주민투표가 공정한 선거라는 주장은 거짓말이다. 주요 도시 밖에서 많은 원주민과 농민 조직들은 치열한 반대 운동을 벌였고, 투표함이 불타고 바리케이드가 세워졌다.

지금 판돈이 매우 크다. 단지 한 정부의 존망이 아니라, 볼리비아 운동의 미래가 걸려 있다.

지난 2년 동안 자본가들은 급진적 신헌법과 완전한 농업 개혁 조처의 도입을 가로막아 왔다.

볼리비아의 대중 운동만이 엘리트들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다. 그들은 투쟁을 지속해야 하며, 우리는 그들의 투쟁을 지지해야 한다.

마이크 곤살레스는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스페인어문학부 부교수이고, 스코틀랜드의 신생 사회주의 정당 ‘솔리데리티’(Solidarity)의 당원이다. 국내에 번역 출판된 책으로는 《체 게바라와 쿠바 혁명》(책갈피)이 있다.

이 글은 <소셜리스트 워커> 2100호에 실린 글(http://www.socialistworker.co.uk/art.php?id=14806)을 번역ㆍ축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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