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민영화가 노리는 것:
삼성생명과 현대병원에게 더 많은 이윤을
〈노동자 연대〉 구독
청계광장에서 “광우병에 걸려 병원에 갔다가 의료보험이 민영화돼 치료를 못 받아 죽으면 대운하에 뿌려 주오”라는 팻말을 보고 무릎을 쳤다. 대한국민 국민이면 이제 누구나 공감하는 현실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라고 속인 이명박 정부가 국민 생명과 건강을 파괴하는 또 하나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 의료보험 민영화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보험 민영화 프로젝트’는 한국의 보건의료제도에서 국가의 책임을 줄이고 보험회사와 제약회사, 병원자본 중심으로 재편해 결국은 미국식 의료제도로 가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건강보험 환자들을 안 받는 병원을 만드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병원들이 의무적으로 건강보험 가입 환자를 치료하도록 하는 것] 폐지가 전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분위기가 되자 당연지정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의료보험 민영화 프로젝트의 실제 내용이 변한 것은 없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의 국가예산 지원분을 축소하고 환자가 직접 내는 본인부담 의료비를 인상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건강보험이 축소되면 결국 건강보험은 유명무실해지고 삼성생명의 시장은 늘어나 결국 건강보험 붕괴로 이어진다.
삼성생명은 지난 5월 4일 민영의료보험 시장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질병정보를 민영보험회사들에게 넘겨주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하고 있는 전 국민의 개인질병정보는 개인 병력만이 아니라 어느 병원을 자주 이용하며 얼마의 의료비를 내는지, 한 사람의 가족력과 하다못해 사돈의 팔촌의 병력까지 알 수 있는 정보다.
이러한 국민 개인질병정보가 삼성생명과 같은 보험회사에 넘어가면 보험사들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맞춤형 보험 상품 설계뿐만 아니라 보험가입시 보험금을 높여 받거나 병이 많은 사람은 보험 가입을 안 받을 수 있다.
또,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고도 보험금 지급시 과거에 질병에 걸렸다는 핑계로 보험금을 못 받을 수 있다.
개인질병정보를 민영보험회사에 넘겨주는 나라는 없다. 개인질병정보는 국가기관끼리도 넘겨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무식한 2MB가 이걸 하겠다는 것이다.
좌지우지
이명박 정부는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했다. 바로 이번 5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려는 병의원과 민영의료보험사 간의 ‘환자 유치 알선행위 허용과 자유계약’에 관한 법이다.
지금은 환자 소개를 병원끼리만 할 수 있고 치료는 병원이 정한다. 그런데 예를 들어 삼성생명이 환자 소개를 할 수 있게 되면?
삼성생명은 가입자에게 삼성병원이나 네트워크 병원을 소개할 수 있게 되고 그 병원에게 환자를 보내는 대신 얼마를 주겠다고 계약을 하게 된다. 병원은 삼성생명이 결정한 범위에서만 치료를 해야 삼성생명으로부터 보험금 지급을 받을 수 있다. 의사가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생명이 치료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보험회사가 병원을 좌지우지하고 보험금 지급 거절이나 치료 제한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이명박이 내놓은 새로운 의료민영화 시나리오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식코〉는 바로 이런 의료보장 시스템이 있는 미국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이명박 정부가 “한국의료의 미래”라고 칭송한 미국식 의료제도에서는 전국민건강보험이 없고 민영보험회사들이 병의원을 소유하고 있다. 절단된 손가락 하나 꿰매는 데 최소 6천만 원을 써야 한다. 그리고 돈이 없으면 정말 그냥 죽어야 하는 나라다. 국민의 70퍼센트가 전국민건강보험을 원해도 AIG 같은 민영보험회사의 반대와 로비로 도입되지 못하는 나라다. 돈이 없으면 환자를 벌건 대낮에 거리에 버리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도 마찬가지다. 삼성생명과 AIG, 삼성과 현대병원에 더 많은 이윤을 가져다 주기 위해 개인질병정보를 보험회사에게 넘겨주고 환자 본인부담금을 인상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축소시켜 결국 건강보험을 고사시키겠다는 것이다.
광우병 쇠고기도 의료 민영화 정책도 생명보다 이윤이 더 중요하다는 저들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광우병과 의료 민영화를 막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중단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