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기치는 이명박:
재협상하면 경제에 충격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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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6월 6일 종교계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쇠고기 수출·수입 업체 들의 이른바 ‘자율규제’가 “재협상과 다름없[고]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고, “지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쇠고기]재협상 얘기를 해서 경제에 충격이 오면 더 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새빨간 거짓말과 대국민 협박을 뒤섞은 위기탈출용 꼼수에 불과하다.
먼저, 광우병에 위험한 것은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만이 아닐 뿐 아니라 정부의 대책은 다른 많은 중요한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30개월 이상의 수출 ‘제한’을 요청[하더라도] 30개월 미만의 SRM, 검역 주권, 도축장 승인권, 전수검사등[의 문제]은 여전히 남는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현재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로는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조차 막을 수 없다. 미국 수출업체들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전면 금지가 아니라 4개월 동안만 쇠고기 월령 표시를 하겠다는 결의를 했을 뿐이다. “120일이 지난 다음에도 월령표시를 연장할 수 있느냐”는 MBC 기자의 질문에 미국 수출업체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내 수입업자들도 자기 욕심을 ‘자율 규제’할 리가 없다.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보고서를 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쇠고기 수입이 전면 중단된 2004년에 수입업체들은 무려 3백55차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시도한 바 있다.
또, 재협상을 요구하면 한국 경제가 망한다는 것은 황당하기 그지없는 괴담이다. 이번 소동의 출발점도 미국측이 기존의 쇠고기 수입 협정의 ‘재협상’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과연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에 타격을 입혔는가?
한국은 1990년대 초부터 미국산 소를 수입하기 시작했고 그 동안 쌍방의 요구로 쇠고기 수입 조건을 변경하는 ‘재협상’을 여러 차례 벌여왔다. 이전에는 재협상해도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경제가 망한다는 근거가 도대체 무엇인가?
이명박이 실제로 하고 싶은 말은 재협상을 요구하면 한미 FTA 미국 국회 비준이 물 건너간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보통 서민들이 걱정할 일이 아니다. 한미FTA는 우리 서민들의 삶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미국·멕시코·캐나다 모두에서 빈부격차가 더 심화했다. 미국에서는 CEO 평균연봉이 4백60퍼센트나 증가하는 동안 제조업 노동자들의 임금은 13퍼센트나 깎였다. 멕시코에서는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실질임금은 7.9퍼센트 감소했다. 결국 이명박의 논리는 부자들이 돈을 좀 더 벌도록 수많은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걸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