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재게재] 오바마가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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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열풍이 몰아치면서 그동안 주류 정치에서 소외됐던 수많은 미국인들이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인종차별을 비롯한 각종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현실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백악관에 입성한다면 대통령 오바마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설사 오바마가 수많은 장애를 극복하고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그것이 미국 제국주의, 인종차별주의, 전쟁의 종식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 예비선거와 당원대회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오바마의 지지자들 중에는 빈민·청년·흑인·이주민·여성 들이 많다. 그들 중 다수는 선거 정치에 이렇게 열정적으로 참가한 것이 처음이다. 그러나 오바마나 민주당의 정치는 이런 열풍에 걸맞은 내용을 갖고 있지 못하다.
오바마와 그의 선거 조직자들은 잠재적 지지자들의 성격에 맞춰 절묘한 선거 작전을 세웠다. 그들은 모든 지지자들에게 대선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라고 호소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경쟁자들보다 첨단 기술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오바마는 이메일과 유튜브를 이용해 광범한 청년층에게 접근하고 있다. 오바마의 이런 방식은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의 메시지는 내용은 빈약하지만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오바마는 매우 명료하고 열정적인 언어로 미국 정치가 부시와 그 일당들이 계획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또 그것이 가능하다고 거듭 말한다. 여러 웹사이트에 게재된 오바마 연설 비디오를 직접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는 공민권 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의 후계자를 자임한다. 그를 전 대통령 존 F 케네디에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바마는 각종 연설과 자서전에서 자신의 혼혈·다문화적 배경이 ‘새로운 미국’의 상징인 것처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오바마는 평화를 위한 대선 후보가 될 수 없다.
이라크 전쟁의 사례를 보자. 오바마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사실, 민주당의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이나 지금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사퇴한 존 에드워즈도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것은 미국 대중의 뿌리 깊은 반전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다. 지배계급 안에서도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오바마는 클린턴이나 에드워즈와는 달리 자신은 처음부터 이라크 침략에 반대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바마는 이 전쟁이 제국주의적이고 인종차별적이고 불법적이므로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바마는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으므로 반대한다고 말한다.
2004년 미국 상원의원으로 당선한 뒤 오바마는 2005년과 2006년에 이라크 전비를 조건 없이 승인해 달라는 부시의 요청을 지지했다.
이라크 전쟁
또, 오바마는 콘돌리자 라이스의 국무장관 임명에도 찬성했다. 라이스가 의회 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했고, 이라크 전쟁을 추진한 핵심 당사자 중 한 명인데도 말이다.
원래 오바마는 상원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군 일정을 요구했지만, 막상 2006년 6월에 철군 일정을 담은 수정 결의안이 제출되자 반대표를 던졌다.
2006년 민주당 총선 후보 예비경선에서는 조 리버만이나 네드 라몬트 같은 친전쟁 후보들을 지지했다.
사실, 오바마는 이라크에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라크 주둔 미군을 [일부] 철군해 아프가니스탄으로 재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6년 11월 오바마는 이렇게 말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 수를 줄이면 더 많은 군대를 이라크 북부와 중동의 다른 곳으로 재배치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일부를 아프가니스탄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군대를 재배치하면 나토의 병력 증강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테러리즘에 맞서 사활적으로 중요한 전투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랠프 네이더가 좌파 대선 후보로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민주당은 네이더가 ‘진보진영’의 표를 분열시킨다고 공격하며 그가 대선 후보로 나서지 못하도록 방해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자들은 네이더가 대선 후보로 나설 권리를 방어할 뿐 아니라 미국 기업과 양대 정당에 대한 그의 비판에 동의한다.
국내적·국제적으로 새롭고 진보적인 미국에 대한 약속은 오바마와 민주당의 정치로는 이뤄질 수 없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민주당과 공화당은 매우 유사한 정책을 펴 왔다. 양자 모두 대기업들의 정당이다.
그러나 미국 정당 정치의 이상한 구조 때문에 새로운 운동의 기층 참가자들은 새로운 민주당 지도자에 대한 희망찬 기대를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이런 정당 구조에 의존하는 것은 결국 쓰디쓴 실망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더 나은 세계가 실제로 가능하다면,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운동뿐이다.
출처 - 〈소셜리스트 워커〉 2090호(http://www.socialistworker.co.uk/art.php?id=14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