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괴담' :
재협상하면 경제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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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이명박은 “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 마찰로 … 경제에 충격”이 온다고 국민들을 협박했다.
그러나 재협상 요구가 통상보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명백한 과장이다. 이미 1990년대 초부터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양국은 여러 차례 재협상을 벌여 왔다. 이번에도 이명박 취임 후 미국이 재협상을 요청해 수입 조건이 모든 연령과 부위로 확대된 것이다. 미국은 페루에서 국회 비준까지 끝낸 FTA에 대해서도 재협상을 요구해 관철한 바 있다.
진원지
이명박과 지배자들의 실제 속마음은 괜히 쇠고기 재협상 요구를 꺼냈다가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인 한미FTA 비준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위기로 시작해 세계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들고 있는 진원지인 미국과 FTA를 맺어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설사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그 몫은 부자들에게만 돌아갈 뿐이다. 멕시코에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후 9년간 외국인 직접투자는 4배 이상 늘고 수출은 2배 이상 늘었지만, 실질임금은 7.9퍼센트 하락하고 실업률도 5.4퍼센트 증가했다.
사실 이명박의 경제 감각은 믿을 게 못 된다. 이명박이 손만 대면 물가가 올랐다. 특별 지정된 ‘MB품목’ 52종은 평균 물가상승률보다 더 올랐다. ‘747’ 경제 공약은 추락했다.
한국 경제의 적색신호라 불리는 경상수지 적자는 이명박이 당선한 뒤 1~4월 동안 67억 8천만 달러로 ‘IMF 외환위기’ 때 90억 달러 적자 이후 최대다. “당선하는 그 날부터 경제가 확 바뀔 것”이라더니 정말 그렇다.
서민 경제에 충격을 주는 것은 쇠고기 재협상이 아니라 바로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 정책이다.
‘자율 규제’ 사기극
이명박은 ‘자율 규제’가 “재협상과 다름없고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는 다며, 부시와의 20분간 전화질로 국민들을 우롱했다.
그러나 8백 곳 넘는 수입업체중 70곳만 자율 규제에 서명했고, 70곳의 ‘자율적’ 동의가 다른 수입업체를 ‘규제’할 법적 구속력도 없다. 오히려 수입업체는 행정절차법, 대외무역법, WTO농업협정 위반이라는 이유를 들어 ‘자율 규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미국 소 중 정확한 나이를 추적할 수 있는 소는 20퍼센트밖에 안 되는데다가 월령 허위기재를 적발할 방법조차 없다.
게다가 30개월 미만 소에서도 세계적으로 광우병이 1백 건 이상 발생했는데, 이번 ‘자율 규제’ 조처는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수입을 전면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