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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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해냈다”
공길숙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교육부장
공무원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파업을 해 정부의 노동조합 탄압에 잘 맞섰다.
올해 초 정부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불법 단체로 몰아 창립 대의원대회가 열린 고려대에 경찰을 투입했다. 2백여 명의 노동자들을 연행했고 차봉천 위원장과 간부들을 구속·수배했다. 정부는 급기야 공무원의 노동조합 권리를 부정하는 ‘공무원조합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 10만 명의 공무원 노동자들이 해고됐다.
정부는 공무원 노동자 파업을 막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일선 단체장들에게 연가를 허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는가 하면, 지역 경찰들과 관리자들을 동원해 파업에 참여하면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협박했다. 또,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공무원의 집단 행동을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11월 1일 파업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한 공무원 노조 지도부 6명을 구속·수배했다. 또, 공무원들의 집회를 원천 봉쇄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일제히 사설에서 “공직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며 정부가 강경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의 공무원 노조 탄압은 지난 9월 병원 파업장에 경찰을 투입해 파업 노동자들을 전원 연행한 것의 연장선이다. 정부가 내놓은 3대 악법 ― 공무원조합법, 개악된 주5일근무제 법안, 경제특구법 ― 은 하나같이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법안들이다. 이것은 다가올 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이다. 정부의 공격에 맞선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이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공무원 노동자 파업 때 민주노총의 3대 악법 반대 파업이 열린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11월 4일 파업 집회를 위해 한양대에 모인 3천5백여 명의 노동자 가운데 6백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지만 공무원 노동자들은 위축되지 않았다. 다음 날 금속 노동자들과 함께 영등포에서 여의도로 시가 행진을 한 공무원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연대에 힘입어 무사히 대회를 치렀다. 공무원 노동자 파업에 3만여 명이 참여했다. 정부가 강경 대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45퍼센트의 높은 파업 참여율을 보여 줬다. 투쟁의 열기가 높았던 경남과 울산은 사실상 업무가 마비됐다.
이틀 간의 파업을 마치고 직장으로 복귀한 노동자들은 지부별로 정부의 탄압에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남 지역의 공무원 노동자들은 징계에 맞서 천막 항의 농성을 벌이고 있다. 다른 지부들도 결의대회를 열어 정부의 탄압에 반대하는 행동을 시작했다. 울산 남구의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4백만 원의 투쟁 기금을 내기도 했다.
행정자치부는 파업에 참가한 5백91명의 노동자들에 대한 징계 방침을 밝혔지만 노동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실제로 징계 권한은 지방 자치단체장들에 있는데 현장 노동자들의 대응에 따라 그 수위가 결정될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으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파업에 참여한 강원 지역의 한 노동자는 “정부가 징계하겠다고 하지만 오히려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 하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노동자들은 “전교조가 12년 만에 연가 파업을 했지만 우리는 7개월 만에 연가 파업을 했다. 노동조합 권리도 전교조보다 빨리 쟁취할 수 있다.”며 한껏 고무돼 있다.
이번 파업을 통해 공무원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허용치 않으려는 정부의 시도를 일단 저지시켰다. 정부가 입법 예고한 ‘공무원조합법’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노동조합의 권리를 요구하는 공무원 노동자들은 자신감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