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 철도를 죽음의 현장으로 만들고 있는가?
〈노동자 연대〉 구독
2001년 36명, 2002년 22명, 다시 올해 3명의 철도 노동자들이 작업 도중 사망했다. 철도 노동조합 2만 3천여 명 조합원들의 이야기다. 이 현장에는 철도청에 직고용된 정규 노동자들 외에 외주 하청 노동자들도 일하고 있다. 그 규모도 알려지지 않은 비정규직 철도 노동자들이다. 지난 2월 15일 새벽, 이들 중 7명이 서울행 호남선 열차에 치어 한 순간에 세상을 떠나야 했다. 이들의 죽음으로 비로소 철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음이 세상에 알려졌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 철도 노동자들을 죽음의 작업장으로 내몰고 있는가?
첫째, 철도청 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은 하루 최장 근무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한다. 그런데 현재 1만 4천여 명의 철도 노동자들이 24시간 연속 근무를 한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자정까지 근무하고 새벽에 4∼5시간씩 취침한 후 일어나 9시까지 아침 근무를 한 후 퇴근한다. 다음날 9시에 다시 출근을 해야 하니 온전한 휴일은 하루도 없는 셈이다. 공무원이라는 이유이다. 공무원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철도청 공무원 복무 규정이 24시간씩 일하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둘째, 무리한 인력 감축과 외주 하청이 확대되고 있다. 1996년부터 7천명 이상의 노동자가 감축되었다. 대구 지하철 참사의 주요 원인인 기관사 1인 승무제 도입도 강행되고 있다. 외주하청화도 심각하다. 전기 시설을 점검하는 전기원, 선로를 보수하는 보선원, 차량을 점검하는 검수원들의 외주화, 일용직화가 진행되고 있다. 소위 철도 구조 개혁에 의하면, 철도 노선도 민간 위탁하고, 선로 유지 보수도 더욱 외주화할 계획이다. 외주화되면 이 업무에 소요되는 노동 비용은 인건비가 아니라 사업비로 계산된다. 철도청은 인건비 비중을 줄이고 사업을 확충했다는 이유로 경영 혁신 평가에서 후한 점수를 받게 될 것이다.
셋째, 돈벌이 경영이 강요되고 있다. 정부가 투자하지 않아서 발생한 철도 적자를 승객 요금으로 다 채우라고 한다. 그래서 노동 비용을 줄이려고 혈안이다. 철도 공공성이야 무시하면 그만이다. 노무현정부가 발표한 철도 공사안도 돈벌이 철도라는 점에서 마찬가지이다. 무늬만 공사지 실제는 ‘상업적 이윤 공사’이며 사유화를 전제로 한 공사이다. 선로 시설을 소유한 철도 시설 공단은 대부분의 재원을 사적자본에 의존하는 ‘엉터리 공단’이다. 원금과 이자를 갚으려면 수익 경영을 해야 한다. 열차를 운행하는 철도 운영 공사 역시 이 시설 공단에 높은 선로 사용료를 지불하면서도 수익성을 달성해야 하니, 사실 공공 조직이 아니다.
작년 10월 3일 신자유주의의 모국 영국에서 영국 철도 시설 회사인 레일트랙이 공공 소유로 되돌아왔다. 새로이 철도 시설 부문을 인수한 공단의 이름은 네트워크 레일이다. 이 조직은 비이윤 기구로 정해졌으며, 최고 의사 결정 기구로 승객, 시민, 노조 대표 등 공공 위원 60명과 철도 산업 업계 위원 40명으로 구성된 공공 철도 총회를 두고 있다. 얼마 전까지 인력 감축, 외주 하청화, 사유화로 이름을 날리던 철도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열차 사고로만 1997년 7명, 1999년 31명, 2000년 4명, 2002년 7명의 승객 목숨을 앗아갔던 철도, 철도 모국의 선로를 고물덩어리로 망가뜨리며 철도 대란을 야기했던 철도의 이야기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철도를 돈벌이로 만들지 마라. 그래야 친환경적인 철도 산업이 확장되고, 철도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민중이 철도 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