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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노동자 결의대회:
“경제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

“재벌의 곳간을 열어 민생을 살리자!” 되뇌이기만 해도 속이 후련한 이 문구는 2월 11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 본사 앞에서 열린 ‘단협파기 노사합의 위반 규탄 금속 노동자 결의대회’의 구호였다.

2월 11일 현대·기아차 본사 앞은 금속노조 소속 작업장들의 깃발로 가득했다. 비정규직뿐 아니라 주요 작업장의 정규직 대의원들을 비롯한 노동조합 현장 활동가들 1천5백 명이 집결했다. 현대차지부, 현대차전주공장위원회, 현대차비정규직지회, 현대아산사내하청지회, 현대전주비정규직지회, 기아차정비지회, 기아차화성지회, 기아차소하리지회, 기아차광주지회,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쌍용차지부, 현대로템지회, GM대우비정규직지회, 쌍용차비정규직지회, 동우오토사내하청지회 등.

노동자들의 손에는 각종 손팻말이 쥐어져 있었다. “구조조정 1순위 2MB·재벌총수”, “총고용 보장”, “09 투쟁 완전승리”, “심야노동철폐”, “주간연속2교대 완성”.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요약하자면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지 말라는 것이었다.

본집회 전에는 금속 비정규직 노동자 3백여 명이 비정규직 집회를 했다. 평일 낮에 사측의 방해를 뚫고 조퇴까지 하며 지방에서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는 대단했다.

“왜 비정규직이 해고 1순위여야 하나?” “같은 라인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 덜 받는 것도 억울한데 왜 우리가 제일 먼저 짤려나 하나?” “빵 가지고 차별하냐”는 팻말을 든 노동자들도 있었다. “원하청 노동자 단결하여 심야노동 철폐하자” 하는 팻말도 눈에 띄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와 “차별”이라고 쓰인 상여를 태우는 상징의식을 하기도 했다.

유동자금만 7조 5천억 원

본집회에는 금속노조의 주요 정규직 노조 간부들이 대거 참여했다.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곧 있을 금속대의원대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투쟁에 돌입할 것을 호소했다.

“자본가들은 주간연속 2교대 합의를 일방으로 무시하고 있다. 현대·기아 유동자금만 7조 5천억 원이다.

“재벌이 곳간을 풀어야 한다. 그렇게도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도 왜 사람들을 길거리로 내모느냐.

“같은 일을 하지만 임금도 적고 고용도 불안한 비정규직을 생각하자. 그런데 비정규직 문제 외면하면 댐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정규직의 일자리도 무너진다.

“단 한 명의 정리해고자도 안 된다. 노정교섭과 노동부 장관과의 TV 토론을 제안한다. 15만 명이 똘똘 뭉쳐 나가자.”

본격적인 투쟁에 금속노조의 강력한 파업도 포함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쌍용차 지부장도 투쟁을 결의했다.

“쌍용차는 지금 1조 원 흑자 부도, 법정관리라는 초유의 사태에 기가 막힐 뿐이다. 지금 4만 쌍용차 가족과 평택시민 40만 명의 생계가 걸려 있다.

“오바마는 경제회생안을 통과시키려고 야당을 압박하고 있는데 이명박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대공황의 끝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쌍용차가 먼저 강력한 전선을 펴겠다.“

현대차 수석부지부장은 “하나 내 놓으면 두 개 달라 하고 두 개 내 놓으면 세 개 달라고 했던 게 현대차 10년의 경험”이라고 노동자들이 물러서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집회가 끝난 뒤 노동자들은 손팻말을 본사 건물에 하나 가득 붙이고 항의 서한을 사측에 전달했다.

이 날 집회 분위기는 대체로 힘찼다. 위기를 빌미로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려는 자본가들의 공격에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고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 가능성을 보여 준 집회였다.

이제 공은 2월 16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