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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방한:
별로 바뀐 게 없는 미국 대외정책을 보여 주다

2월 19일~20일 방한한 힐러리 클린턴은 한국 정부에 두 가지 메시지를 전했다.

첫째, 오바마 정부 아래서도 미국의 대북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클린턴은 “한미 양국은 … 북한 문제에 대해 한마음”이라고 말해 남한 지배자들의 ‘통미봉남’ 우려를 불식시켜 줬다. 또 전임 부시 정부와 마찬가지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6자회담’을 계속 중시할 뜻을 내비쳤다.

둘째, ‘테러와의 전쟁’의 최전선인 아프가니스탄에서 공조를 강화한다. 물론 클린턴은 한국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어떻게 지원할지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일본 방문에 이어 한국 방문에서도 아프가니스탄 문제는 빠짐없이 의제에 올랐고 “[아프가니스탄 관련] 정책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전투병 파병을 포함해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을 열어 놨다.

이 메시지들은 오바마 정부의 대외정책이 전임 부시 정부 후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을 암시한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 민중의 저항과 미국 안팎의 반전 운동으로 위기에 빠진 부시는 2006년 중간선거 패배 이후 좀더 유연한 방식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추진해야 했다. 즉, 이라크에서는 ‘증파’와 현지 저항 세력과의 협상을 통해 안정을 추구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과의 전투에 집중해 왔다. 한편, 단기적으로는 덜 중요한 북한 문제에서는 일관된 정책 없이 압박과 달래기를 반복하며 위기를 지연시키곤 했다.

오바마는 이와 같은 부시 임기 후반의 전략을 계승해 당분간 아프가니스탄에 집중하고 북한 문제는 불씨를 남겨둔 채 봉합할 듯하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주변 열강, 특히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므로 미국이 북한을 악마화하는 것은 협력뿐 아니라 경쟁도 해야 하는 불안정한 미중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다. 경제 위기로 미중 관계가 껄끄러워질수록 미국은 북한을 압박해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키울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클린턴 방한을 계기로 자신의 대북 압박 정책과 제국주의 전쟁 지원을 정당화하려 한다. 한나라당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하면 국가 브랜드가 올라가고 남북문제에도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포괄적 사전 동의만 있으면 매번 국회 동의 없이도 멋대로 유엔평화유지군(PKO) 파병이 가능한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한반도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익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 하에서도 미국의 대북 압박은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다. 또, 이명박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거부하고 자극하면서 서해상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점령 지원 정책은 한국 또는 한국인이 아프가니스탄 저항 세력의 공격 목표가 되도록 만들 것이다.

클린턴의 방한은 오바마 시대에도 한국의 반전 운동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과 대북 압박에 반대하고 그에 맞선 저항을 건설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