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악법 강행하면 정권 퇴진 투쟁으로 전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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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파업 중인 언론노조 결의대회가 열렸다.
청계광장 부근에서 열릴 예정이던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책임자 처벌과 MB악법 저지 범국민대회’가 경찰의 원천 봉쇄로 열릴 수 없게 되자 이 집회에 참가하려고 모인 사람들도 언론노조 결의대회에 참가했다. 그래서 주최측은 이 집회를 언론노조와 용산참사 범대위의 공동집회로 개최했다.
파업 중인 MBC, CBS를 비롯해 EBS, 아리랑TV, OBS, YTN 노조 지부장들은 한목소리로 이명박 정부를 규탄했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조중동이 불에 타 숨진 철거민들을 ‘도심 테러리스트’라고 보도하는데 이번 언론 악법이 통과되면 조중동이 장악한 방송까지 그렇게 보도할 것”이라며 “우리는 도저히 그런 보도를 할 수 없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YTN노조 노종면 위원장은 파업에 돌입한 MBC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보냈다.
“이번에도 MBC가 선도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이 파업은 MB-C발(發) 파업입니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이 KBS PD협회도 월요일 아침 6시부터 전면 제작 거부에 돌입한다고 말하자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현 KBS노조 지도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여의도에서 집회를 마치고 행진해 온 노동자들과 합류해 시청 앞 차도를 모두 점거하고 행진을 시작했다.
집회 현장에서 MBC노조 박성제 위원장과 KBS사원행동 양승동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정부와 보수 언론은 언론노조 파업이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MBC노조 박성제 위원장 : 언론악법이 2만 1천 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이야기는 허구라는 것이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심지어 국회에서 한 연구 자료도 [이 주장이] 근거가 상당히 부족하다고 발표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오히려 언론 산업이 몇 개 재벌과 신문사로 집중되면 다른 지역 언론이나 작은 언론들이 다 망하거나 축소되기 때문에 일자리 3만 개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결과를 내 놨다.
정부와 보수 언론은 언론노조 파업이 ‘정치 파업’이라고도 비난한다.
박성제 : 언론 산업이 발달하면서 신문사들의 입지가 축소되고 광고와 독자가 줄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넓히기 위해 방송에 진출하려고 하는 것이다.
기업의 최고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그런데 대기업이나 조중동이 방송사 사주가 되면, 방송이 어떤 식으로 변하겠나. 정권이나 기업에게 불편한 뉴스와 프로그램들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반면, 이윤을 창출하고 시청률을 높이려고 선정적인 방송만 남길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영 방송에서 이익이 안 되더라도 시청자나 국민들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방송들을 만들어 온 노동자들이 제일 먼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 뻔하다. 정치적 이슈를 걸고 파업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 산업에서 큰 문제점을 낳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이 외국 자본으로 넘어간다거나 잘못된 정책 때문에 자동차 산업이 위축되거나 몰락한다면 당연히 현대·기아 자동차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지 않겠는가. 똑같은 것이다. 근무 조건과 관련된 파업이기도 한 것이다.
정치 파업이나 불법 파업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언론노조와 MBC노조를 탄압할 근거를 찾기 위한 것이다.
미디어법이 MBC 민영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박성제 :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이 MBC 민영화와 관련 없다고 주장한다. 말이 안된다. 신문법·방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기업이나 신문사들이 MBC, KBS, SBS 등 지상파 방송 지분을 각각 20퍼센트씩 소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앙일보〉 같은 신문사 하나에 삼성, LG, 현대 등 기업체 4개가 들어오면 [방송사는] 1백 퍼센트 이들 소유가 된다. 그런데 지금 현재 지상파 방송은 별도의 새로운 채널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현재 존재하고 있는 MBC, KBS, SBS 같은 방송 지분을 노릴 수밖에 없다.
첫번째 타격은 MBC가 될 것이다. MBC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MBC가 진실을 보도하기 때문이다. 미디어법은 MBC의 소유 구조를 변화시켜 삼성과 같은 재벌과 조중동과 같은 신문들이 MBC를 땅따먹기 하듯 20퍼센트씩 나눠 가지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미디어법에] MBC 민영화 음모가 숨어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연말 파업이 승리했는데 이번 파업에서도 승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박성제 : 한나라당은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통해 방송악법과 다른 많은 악법들을 날치기 처리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야당이 이를 막아야 하고 우리는 야당에게 힘을 실어 주고 또,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지도부가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 관건이다.
국민들의 마음은 다 드러났다. 십여 번 이상의 여론조사를 통해 반대 여론이 단 한번도 60퍼센트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절대 다수가 언론 미디어 악법을 반대한다. 찬성하는 국민들은 20퍼센트에 미치지 못한다. 국민들이 완벽하게 행동으로 나서지는 못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지지를 좀더 확실하게 이끌어 내 한나라당과 국회의장이 잘못된 판단을 못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관건이다.
앞으로 투쟁 계획은?
박성제 : 3월 2일은 국회 본회의가 소집되는 날이다. 직권상정 날치기를 통해 언론악법을 비롯한 MB악법을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날 모든 투쟁력을 집중할 것이다. 전국의 모든 MBC 조합원들뿐 아니라 언론노조 전 조합원이 모여 오후부터 1박2일 투쟁에 들어갈 것이다. 그날 끝까지 투쟁해서 국회 앞에서 야당이 [MB악법을] 막아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이 날치기와 수의 힘으로 [MB악법을] 강행한다면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이 공언했듯 정권 퇴진을 위한 끝장 투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투쟁이] 정권 퇴진 운동이나 죽고 살고하는 투쟁으로 변화하지 않기를 원한다. 그 전에 합리적으로 정신차리고 허튼짓 안 했으면 한다.
미디어법이 무엇이 문제인가?
양승동 KBS사원행동 대표 : 방송관계법, 신문법에 대해 사실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른다. 그럼에도 60퍼센트 정도가 반대하고 있다. 직감적으로 이것은 경제 살리기나 일자리 창출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방송을 장악해 서민과 중산층이 아니라 일부 기득권층에게만 유리한 정책을 펼치려 한다. 이명박 정권은 방송을 장악해야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장기 집권을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사실 신문은 70~80퍼센트를 조중동이라는 수구 보수 언론이 장악하고 있는데 방송은 아직 그렇지 않다. MBC, KBS, SBS, YTN, EBS 등 영향력이 상당히 큰 지상파 방송사들이 방송에서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미디어법은] 이런 역할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미디어법이 통과되는 순간부터 언론의 암흑기가 시작되고 한국의 민주주의가 결정적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결사적으로 저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보수언론은 언론노조 파업이 정치 파업, 불법 파업이라고 비난한다.
양승동 : 노동조합은 생존권을 위해 투쟁을 한다. 그러나 생존은 물질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붕괴시키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언론 노동자의 정신적 생존권을 파괴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누가 봐도 명백한 언론 장악에 대해 민주 시민이라면 당연히 저항해야 한다.
KBS노조가 파업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내부에서도 있는 것으로 안다.
양승동 : 금요일(2월 27일) PD협회 총회에서 제작 거부를 결의했다. PD들이 월요일부터 제작 거부에 들어갈 것이다. PD들과 일부 기자들이 KBS노조가 다른 방송사 노조와 함께 파업하지 않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노조에서도 자신들이 정세 판단을 잘못했다고 얘기하고 월요일(3월 2일)에 조합원 비상 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것은 파업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파업 찬반 투표도 하기로 했다. 아마 일반 조합원들의 분노와 압력에 못이겨 노동조합이 어쩔 수 없이 파업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만약 그러지 않으면 아마도 많은 조합원이 KBS노조를 탈퇴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PD를 중심으로 제작을 거부하고 다른 방송사와 연대해 투쟁에 나설 것이다. 젊은 기자들도 함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뷰·정리 : 이현주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