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각오로 싸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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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지난 메이데이 전야제 때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던 울산SK상경투쟁단 대표 오금철(58) 동지의 연설문을 발췌 정리한 것이다.
저는 1968년 여수 호남정유에서 조공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1969년 8월 11일 군대에 갔습니다. 월남전에도 참가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고엽제 피해로 온몸 살갗이 벗겨집니다. 한여름에도 짧은 팔을 입을 수가 없이 살아 온 인생입니다.
1974년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6호기 공사까지 참여했습니다. 사막의 뜨거운 모래 폭풍을 이기고 이라크까지 가고 일본도 가고 어디라도 달려가 일을 했습니다. 말 그대로 산업역군이었습니다.
그런데 산업역군은 간 데 없고 검사들과 경찰들은 빨갱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나는 무엇입니까?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것뿐인데 끌려가고 구속되고 수배되고 이게 뭡니까? 자본이 썩었습니다. 정치가 썩었습니다. 경찰·검사가 썩었습니다.
울산은 지금 전쟁입니다. 너무 억울한 전쟁입니다. 월남전보다 더 무섭습니다. 젖먹이를 들쳐업고 나온 아주머니들이 태반입니다. 얼마나 절박하면, 이놈들이 얼마나 나쁜 놈들이면 이러겠습니까?
먹고 씻고 쉬고 일하는 게 가장 기초적인 것입니다. 밥알보다 모래를 더 씹어야 하는 점심 도시락입니다. 비가 오면 빗물에 말아먹는 꼴입니다. 공장 담벼락에 숨어서 도둑놈처럼 작업복을 갈아입어야 합니다. 우리는 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답게 생활하고 좀더 인간답게 일하고 싶은 것입니다.
살아 온 날을 이야기하려니 눈물만 납니다. 서러움이 한 번 보고 싶으면 저를 보면 됩니다. 우리 동료들을 보면 됩니다. 파업하며 안 운 날이 없습니다. 울고 울고 또 울어도 눈물이 납니다. 피눈물이 납니다. 내 삶이 왜 이렇습니까. 원인이 무엇입니까?
하루 일을 마치고 땀에 흠뻑 절어도 손 씻을 세면장 샤워장 하나 없는 게 건설 일용 노동자의 오늘입니다. 내 돈으로 먹는 도시락 모래바람 없이 먹어 보자는 겁니다. 화장실 한 번 당당하게 가보자는 것입니다. 먼지구덩이 쇳가루라도 털고 퇴근하고 싶습니다.
성수대교가 왜 무너졌습니까? 삼풍백화점이 왜 그리 되었습니까? 다단계 도급제 때문 아닙니까? 한 단계만 없애도 삼풍백화점이 왜 무너지겠습니까? 다단계 도급제야말로 살인행위입니다. 테러입니다.
그런데도 검사들과 경찰들은 우리더러 폭력배라 하고 우리더러 테러리스트라고 합니다. 말이나 됩니까? 우리들은 명예가 없습니까?
지금 우리가 하는 파업은 목숨을 살리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파업은 우리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입니다 내 나이가 내일 모레면 60을 보지만 이번만큼은 물러설 수 없는 겁니다. 죽을 각오로 싸울 것입니다.
업체는 협상에 코빼기도 안 보이고 검사는 우리더러 사상이 불순하다며 빨갱이 타령에 정신없습니다. 경찰은 조합원이 모였다면 곤봉 들고 방패 들고 여차하면 다 쓸어버리겠다고 폭력배 타령을 합니다. 사장 좋을 짓만 알아서 합니다. 손발이 착착 맞습니다.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 게 무엇이 죕니까? 저는 자식들한테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없는 사람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참 나쁜 놈들이 판치는 세상입니다. 좋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제발 좀 말해 주십시오. 제발 좀 도와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