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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삼성불매운동에 대하여

이 글은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이하 언소주)의 지지자와 나누었던 대화를 바탕으로 작성되었기에 이 사람의 견해는 언소주의 본래 견해와 같을 수도 혹은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히고자 합니다.

언소주의 한 지지자는 나에게 “권력의 배후에 조중동이 있고 조중동의 뒤에는 기득권층이 있으며 거대재벌로 대표되는 기득권층의 최고봉에 삼성이 있다. 따라서 권력에 도전하는 것은 최근 확인된 것처럼 국가의 엄청난 폭력 앞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으므로 대신 삼성을 변화시키는 것은 훨씬 강력한 효과를 낳을 수 있으니 삼성불매운동으로 대표되는 소비자 주권운동을 통해 삼성을 변화시키면 조중동이 변할 것이고 어쩔 수 없이 권력도 변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곧 촛불운동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것”이라 했다.

그가 말하는 삼성불매운동이 지닌 논리는 너무나 황당하다. 그렇지만 사실 불매운동은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행사인 동시에 거대기업 삼성에 맞선다는 점에서 환영받을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자체로는 불매운동이나 기업 이미지 훼손이 삼성에게 일면적인 손실은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는 없는 점은 아쉽다.

삼성은 기업을 위해 권력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삼성 자체가 ‘선출되지 않는 권력’이라는 점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 군, 관, 학, 언론 심지어 일부 진보적 시민사회단체까지도 삼성의 돈과 입김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그 자신이 삼성의 관리 대상이자 관리자였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권력을 등에 업고 비리와 불법을 일삼는 수준을 넘어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스스로 만들어 내기도 했다. 결국 한미FTA와 한미군사동맹 강화 등의 정책을 입안하고 노무현 정부에게 제공한 것은 삼성경제연구소의 작품이다. 재벌과 부자들을 좋아하는 이명박 당선인 시절 정권인수위원회의 대다수 브레인들은 삼성맨들이었다.

소비자 운동은 권력 앞에 집단적인 노동자 계급으로서가 아니라 단지 원자화된 개인들의 단순 집합체로서 맞서고자 하고 의도했건 혹은 아니건 그들의 행동은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에 대해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얼굴을 ‘꽃남’으로 바꾸는 데 더 관심이 있다.

먼저 불매운동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반대로 촉발된 촛불운동에 뒤이어 미국산 쇠고기 불매운동이 등장한 것이지 불매운동이 촛불운동의 원인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고 홈에버 비정규직 아주머니들이 원직으로 복직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홈에버 안 가기와 상품불매운동이 아니라 바로 이랜드와 뉴코아 그리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아우르는 연대투쟁과 점거파업이 심각한 매출감소를 가져와 이랜드 경영진들이 자금압박으로 인해 홈에버를 홈플러스에 매각하지 않을 수 없도록 궁지에 몰아 넣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볼 수 있듯이 사실 불매운동은 부차적이었고 투쟁이 관건이었다.

그렇다면 기업 이미지를 손상시키면 삼성이 굴복할까?

개인적으로 여기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적 다국적 기업들이 절대 다수가 공해유발, 인권유린, 환경파괴, 산업재해의 주범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 자체만으로는 그들의 이윤추구에 극히 미미한 장애요인이 될 뿐이다. 코카콜라는 어느 한 국가에서 일정 지역의 식수원을 완전 고갈시켜 해당 국가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적이 있다. 아디다스, 나이키 등은 후진국에서 형편없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어린이들을 착취하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모회사인 킴벌리는 자국에서 대표적인 환경파괴 기업으로 통하고 있다. 모던타임즈에서 잘 표현했듯이 최고의 능률을 자랑하는 포드주의는 사실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신착란을 일으키게 할 정도로 긴장과 스트레스를 주는 체계다. 마찬가지로 삼성은 정겹고 따스한 광고 이미지와는 다르게 노조도 인정하지 않고 이윤을 위해서라면 자신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납치, 살인협박도 서슴치 않는 괴물이다. 하물며 그들은 이 같은 부정적 기업 이미지가 세계에 퍼지는 속도보다 더 엄청나게 빠른 속도와 힘과 물량을 동원해 반대자들의 논리에 맞서는 이데올로기를 퍼나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에니콜보다는 노키아, 엘지가, SM7보다 렉서스나 제네시스가 좋다는 식의 논리는 자칫 언소주의 이미지마저도 손상시킬 수 있다.

그러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들 자신이 소비자이기도 하지만 또한 자본주의 이윤의 생산자이기도 한 노동자들의 대중행동과 파업이야말로 자본주의 이윤추구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 가공할 폭력과 회유와 협박과 거짓 속에서도 삼성의 무노조 신화에 도전하는 삼성의 노동자들에게서, 그리고 잇따른 동료들의 암선고와 은폐된 죽음에 저항하는 삼성반도체 노동자에게서, 형편없는 박봉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하청으로 내몰리거나 입사 2년 만에 잘려 나가야 하는 삼성 비정규직들의 생존권을 위한 외침 속에서 우리는 삼성불패의 신화가 깨질 수 있음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더불어 광범위한 연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는 사람들과 일자리를 지키려는 노동자 투쟁과 함께 연대해야 하고 온라인에서의 선전과 기자회견에 만족하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 투쟁과 과감히 연대해야 하는 두번째 이유는 탄압에 대한 대응 문제이다.

언소주의 불매운동은 아직 오프라인에서는 그리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경제 위기와 평범한 사람들의 저항으로 인해 더욱 예민해진 정부와 검찰은 아직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이러한 시민들의 합법적이고도 자발적인 운동이 싹을 틔우는 것마저 짓밟으려 들 것이다. 조중동이 연일 언소주에 대한 악의적 선동과 붉은 색칠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리고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보다는 투쟁을 통한 방어가 더욱 유효하다는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때문에 NGO운동이라는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가진 생각과 행동을 문제삼아 국가가 언소주를 탄압한다면 이는 결국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진보 진영은 이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해야 하며 그들을 국가의 탄압으로부터 방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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