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독점 인터뷰 - 전 보성초등학교 기간제 교사 진하경 씨는 말한다

독점 인터뷰 - 전 보성초등학교 기간제 교사 진하경 씨는 말한다

나는 왜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나

우파 언론은 보성초등학교 교장 자살 사건이 ‘차 한 잔 때문에’ 일어난 사건처럼 보도했다. 전 보성초등학교 기간제 교사 진하경 씨를 만나 사건의 진상을 들어 보았다.

언론은 아직도 ‘차 한 잔 때문에’ 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러나 정말로 제가 괴로웠던 것은 차 한 잔 때문이 아니었어요. 차 한 잔쯤이야 타 줄 수 있죠. 교감 선생님이 100인 토론회에서 나와서 말했듯이 채용 전에는 제가 스스로 타 줬어요. 절대로 차 한 잔 때문이 아니예요.

3월 7일에 교감 선생님께서 근무일지 쓰시면서 “교장 선생님이 여기 사람이니까 잘 보여야 돼.” 하고 말했어요. 그리고는 찻잔을 쳐다보면서 “진 선생 잘 하고 있나” 하고 말했어요. 그래서 그 날 저는 수북히 쌓여 있는 찻잔을 다 닦았어요.

학기 초에는 굉장히 정신이 없어요. 특히 제가 초등학교가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해서 정말 해야 할 일이 많았어요. 교재 준비, 아이들 파악하는 것, 교실 정돈, 환경 미화, 주간 학습 계획 등 업무가 많아요. 그렇게 바쁜데 제가 왜 찻잔까지 닦았겠어요?

암시적으로도 말로도 요구를 받았어요. 그렇게 요구를 받고 집에 와서 하루 종일 생각하니까 ‘아, 그럼 맨날 갖다 달라는 소리인가. 이것은 힘들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음 날 교감 선생님께 물어 봤어요. 그랬더니 교감 선생님께서 “8시 50분에 내려와서 드리면 되지 않겠느냐.”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아니, 그럼 교감 선생님, 제가 2층에서 수업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하니까 저를 인터폰으로 부르겠다고 하셨어요. 교실마다 인터폰이 있거든요.

제가 가만히 있으니까 교감 선생님이 화가 나셨던지 “못 하겠다는 거냐,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 하시고는 “할 거야, 말거야. 할 거야, 말 거야.” 한 서너 번 다그쳤어요. 저도 너무 화가 나서 “못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나왔어요.

그러자 교감 선생님은 대뜸 역정을 내시면서 “8시 50분에 와서 하면 되잖아. 그리고 손님 접대도 해야 돼.” 하고 말씀하셨어요. 그 때까지 손님 접대는 생각도 못했어요. 접대라는 말도 처음 들었어요. 업무 분장에 있기는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거든요.

그 후부터는 장학이라는 명목으로 거의 매일 혼나고 수업 중에 매일 올라오시고, 그게 저는 더 괴로웠어요. 한 번은 교장 선생님께서 “교장실로 와!” 하고 불러서 갔더니, “교육위원회에 회부하겠다”, “충동질한 사람이 누구냐”, 또 “윗사람이 시키는데 못 한다고 하는 사람은 전교조”라면서 나 보고 “전교조냐”고 하시더군요. 학교에 들어간 지 며칠 되지도 않는 사람이 무슨 전교조예요. 저는 그 때 기간제 교사도 전교조 할 수 있는지 몰랐어요.

애들 가르치다 보면 교장·교감 선생님이 갑자기 교실에 들어와 지켜보며 “단원 학습 목표 왜 안 쓰나”, “시간표 바꾸지 마” 하고 혼내셨어요. 청소 때문에 혼나고, 공문서 결재 한 번 하려고 같은 문서를 열 번이나 출력하고 …. 이런 일을 일주일 동안 계속 당했다고 생각해 봐요. 정말 괴롭죠. 그래서 그 뒤 일주일 만에 사직서를 내게 된 거죠.

그 뒤 저는 인터넷에 실명으로 글을 올렸어요. 가만 있으면 몇 달 있다가 기간제 교사 자리 또 구할 수 있지만 실명으로 올리면 못 구하게 돼요. 하지만 나 다음에 오게 될 기간제 선생님을 위해 그렇게 했어요. 전국에 수천 명의 기간제 교사가 있잖아요. 저는 일자리를 포기할 마음으로 글을 올렸어요.

[2002년 4월 전국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기간제”) 교사는 총 2만 1백57명(전체 교사의 약 6.6퍼센트)이다. 이 가운데 72퍼센트인 1만 4천527명이 여성이다. 비정규직 교사 수는 시장 개혁으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 정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