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학부모 들은 말한다 - 우리는 전교조를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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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화 학부모 들은 말한다
"우리는 전교조를 지지한다"
김소영('네이스를 반대하는 청소년 모임' 회원)
[네이스 항목을] 보니까 엄청나게 많이 들어가더라구요. 양호실에 몇 번 들어갔는지 어떤 알약을 먹었는지 부모 학력을 다 써야 하는데, 교육하는 데 그런 게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를 사람으로 안 보고 그냥 ‘인적 자원’으로,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해 태어난 ‘인적 자원’으로 통제하고 관리한다는 게 안 좋아요.
학교에서 집으로 별의별 가정통신문이 다 와요. ‘사스를 조심해라, 예방 접종을 맞아라’ 하는 것까지 다 오는데, 우리의 정보를 입력하면서는 아무런 가정 통신문도 안 보내고 우리한테 얘기도 안 해 주고 아무 말 없이 시행하고 있어요. 어떤 국회의원은 “국민들은 그런 것 알 필요 없다” 하는데, 우리 정보가 입력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학교 친구들은 가정 환경이 안 좋은 친구가 많아서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해요. 또, 여고니까 몸무게와 키, 이런 데 민감하고 학부모 정보, 가정 환경 … 한때 방황했던 애들도 있으니까 민감하죠.
헌법에 위배되는 네이스를 시행하면서 학습권을 지키겠다는 것은 모순이에요. 교총이 연가 투쟁한다고 할 때는 아무 말 안 하다가 전교조가 한다니까 학습권을 말하는 것도 우습구요. 네이스 입력하면 담임 선생님들이 엄청 힘들어요. 조금만 잘못해도 오류 나고 하거든요. 어떤 학교에서는 네이스 입력하려고 학생들 자습시키고 수업 시간에 안 들어오는 선생님들도 계시더라구요. 그런 것은 생각 안 하고 전교조 연가 투쟁이 수업권을 침해한다는 말은 모순인 것 같아요. 언제 그렇게 우리 수업권을 생각했다고 말이에요.
저희는 6월 2일 전교조 집회에 갔고 앞으로 전교조 연가 투쟁에 될 수 있는 대로 연대할 생각이에요. 네이스 문제가 그 동안 많이 거론돼 왔지만 정작 우리 목소리는 빠진 것 같아요. 교육부는 전교조 혼자 오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저희가 반대하니까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그 동안 관심이 없었던 평범한 아이들까지 같이해서 우리 목소리를 많이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월녀('관악동작 학부모운영위원협의회' 공동대표)
전교조는 네이스의 몇 개 영역을 삭제하라고 했는데, 저는 애초에 [그런 것도 입력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 이런 것도 중요한 정보인데, 그게 왜 학교 밖으로 나가야 해요? 저는 동의한 적이 없어요. 이 정보들은 교육을 위해 담임 선생님한테 준 거지, 그 외의 목적으로 하라고 준 게 아닌데, 그렇게 아무런 동의 없이 사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집에서 성적표를 떼어 보고 전출입 때 편리하다고 하는데, 우리가 지금까지 그게 없었다고 못 살았습니까? 저는 옹졸한 변명의 하나로밖에 들리지 않아요. 백번 양보해서 설사 한두 가지 편리함이 있다 쳐도 이 많은 것을 감수해서 편리함을 찾기에는 너무나 희생이 커요. 행정 편리도 있겠지만 누구를 위한 행정 편리인가요?
‘그것 좀 넘겨 주면 어때?’ 하는 안일한 자세가 있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우리 나라] 국민들이 폭동을 안 일으키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해요. 엄청난 일이거든요. 나중에 결혼할 때 이것을 두드려 보면 얘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미주알고주알 다 나오잖아요. 언제 어떤 병을 앓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요. 키 155센티미터라 하면 전국의 155센티미터를 모으면 성장 호르몬 이용 등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해킹도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죠. 이런 엄청난 문제가 있는데, 단지 전교조와 교총, 교장 간의 갈등으로 치부해 버리는 게 참 안타까워요. 주변의 엄마들은 미처 이것을 잘 모른다고 해도 어렴풋이라도 얘기하면 다 ‘안 되지’ 하고 얘기해요. 관동학운협이 중심이 돼서 청와대에 청원서를 냈는데 학부모들이 ‘이거 안 된다’ 하며 다 서명해 주셨어요.
원점으로 되돌렸을 때 몇 조 원을 손해보더라도 국민의 힘으로 바로 잡는 귀중한 선례로 삼았으면 해요. 다시 수기로 해야 해요. 미국에서는 수기가 아닌 것은 인정을 안 하잖아요. 교환학생·유학생들이 그 쪽에서 이 쪽 학교로 자료를 보내거나 여기서 거기로 보낼 때, 담임의 친필이 아니면 인정하지 않아요. 정부는 ‘전자 정부’라고 하는데 사실 뭔지 개념도 모르는 상태인 거죠. 아무리 최첨단으로 가는 부분이 있다 해도 인권이 뭔지 안다면 여기서 그만둬야 합니다. 어제 〈한겨레 21〉에 드디어 삼성SDS가 네이스와 결부된 비리가 있다는 기사가 실렸는데, 이게 재벌과도 연관된 문제고 뿌리가 깊어요.
우리 학부모들 몇몇이 만나서 그랬어요. ‘이런 시스템이 가동되면 우리는 애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의 정보와 인권이 무시되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아요. 선생님이 하루 수업 안 하는 것 두고 ‘수업 결손’이니, ‘수업을 볼모로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돼요. 전교조 선생님들 얘기 들어 보면 수업 보충 다 해 놓고 하신다는데, 정당한 투쟁은 하는 거죠. 연가 투쟁 지지합니다.
전국적으로 학부모 26만 명이 네이스 인증 동의 거부서를 냈어요. 아닌 것은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6월 2일 전교조 서울지부] 집회 때 어떤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독약이면 안 마셔야지, 마셨다고 끝까지 마셔 버리거나 독약인 줄 알면서도 ‘10을 마시면 죽지만 1만 마시자’ 하는 것은 안 되죠. 원칙이 아니어야 해요.
우리 나라에서는 늘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잖아요. 돈이 얼마나 들었네, 이제까지 시행해 왔고 네이스 실시하는 학교가 몇 퍼센트니 하면서 할 수 없이 실시하게 되는 국면으로 만들어요. 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도 말려야 하지만 정부의 밀어붙이기 행정 때문에도 반대해야 해요. 국민들이 무서워서 앞으로 이렇게 못하게 본때를 보여 줘야 하지 않겠나 생각해요. 전교조도 앞으로 싸우는 일정이 있지만 이제 시민들한테도 [싸움의] 몫이 넘어와야 해요. 학생·학부모 모두 정보 주체인데, 끝까지 싸워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고선주(고등학생)
수구 세력의 네이스(NEIS) 밀어붙이기에 인권을 가장 크게 생각하겠다던 교육부가 꼬리를 내렸다.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이 교육은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개인이 가진 씨앗을 큰 나무로 자라게 해 서로 더불어 살아가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이 어긋난 현실에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누구를 위한 길인지도 모른 채 자신을 버려 가며 걸어가고 있고 그들을 위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교육정보라는 이름으로 내준다. 네이스도 우리를 하나의 인적 자원으로만 여기는 저들의 편리를 위한 제도일 뿐이다.
네이스 실행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교육행정의 편리와 정보화 시대에 발 맞추기 위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행정의 편리보다, 정보화 시대의 흐름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존엄성이다. 투자 비용과 진행률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우리를 자원으로밖에 보지 않는 그들의 속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주장이다.
우리는 그들의 인적 자원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 소중한 가치를 지닌 인간이다. 우리는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고 어느 것에도 제한 받지 않고 제 꿈을 펼칠 권리가 있다. 그러기에 나는 네이스를 반대한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 이 네이스 문제에 대해서 모르거나 또는 알면서도 외면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건 우리 교육이 얼마나 어긋나고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길, 부당한 경우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힘은 이미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오로지 국영수 한 문제 더 맞춰서 좋은 대학 가는 것이 우리 교육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저들이 내세우는 전인 교육은 위선이다.
교육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교조가 네이스 문제를 걸고 넘어진다는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일부에서는 전교조의 투쟁에 대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하기도 한다. 이는 학생인권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연가 투쟁을 결의하신 전교조 선생님들에 대한 근거 없는 모함이다.
우리는 선생님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낸다. 이제는 전교조의 외로운 싸움에 학부모-교사-학생, 교육 3주체가 함께해야 한다. 서로를 향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투쟁 끝에 우리는 끝내 우리들의 인권을 사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