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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슬람의 두 얼굴》

《이슬람의 두 얼굴》, 김동문, 예영 커뮤니케이션

작년 가을 이후 이슬람을 다룬 책들이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었다. 9·11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 세계에 호기심을 가지게 됐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정부나 언론 들은 마치 아랍 사람들과 이슬람 교도들 모두가 테러리스트인 양 몰아갔다. 많은 사람들이 서방이 만들어낸 이미지 때문에 이슬람에 대해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다. 《이슬람의 두 얼굴》은 이슬람 사회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책이다. 저자는 아랍 국가들에 특파원으로 머물면서 그들의 삶을 직접 체험했던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평범한 무슬림들의 삶과 이슬람 문화가 아주 쉽게 잘 묘사됐다. 무슬림들을 테러집단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슬람은 세계 인구의 1/5 가량인 13억 명이 믿고 있는 세계적인 종교다. 보통 기도 시간이 되면 하던 일을 모두 제쳐두고 알라에게 기도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슬람의 교리가 적혀있는 꾸란을 보더라도 타종교보다 특별히 폭력적이지도 않다.

이 책에는 아랍 사람들이 이스라엘과 미국을 싫어하는 이유를 보여 주는 생생한 삶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들에게 가난 이외에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았다. 가자나 서안 등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는 곳의 실업률은 70퍼센트 가까이 된다. 일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헤브론 주변 산악 지대에 있는 동굴에서 생활하는데, 이스라엘은 군대를 몰고가서 그 곳도 빼앗아 버렸다.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으로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난민이 되었다. 이들은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이라크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가난한 이유가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아랍 국가들은 여성이나 타종교에 대해서 억압적이다. 거의 대부분의 아랍 국가에서 여성은 남편이나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야만 외출이 가능하다. ‘성’에 대한 논의들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아바야(차도르)를 입어야 한다. 그리고 아랍에는 종교의 자유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무교는 죄악시되고,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은 차별을 받는다. 기독교 예배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레바논이나 이집트 같이 국교가 없는 나라는 그나마 낫다. 아랍의 빈부격차도 엄청나다.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든 가난 속에서 살아간다. 특히 지난 11년 동안 UN의 경제 제제를 받은 이라크의 영아사망률은 1천명당 131명이다. 경제 제재 전보다 2배가 늘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난에 못이겨 유럽 등지로 이민을 가거나 밀입국한다. 지금까지 2천만 명이 유럽으로 이주했다. 이 숫자는 해마다 2백만 명씩 늘어난다고 한다. 아랍 사람들이 이런 억압에 대해서 아무런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여성들이 일부 다처제를 반대한다. 요르단에서는 명예범죄(‘순결’하지 못한 집안 여성을 폭행하거나 살해했을 때 그 죄를 감해 주는 제도)에 관한 형법 조항의 폐지를 요구하며 수천 명이 시위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하마스나 헤즈볼라 같은 단체를 지지하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자국 지배자들에 대해서도 맞서기 때문이다. 하마스나 헤즈볼라는 그저 테러만을 일삼는 무자비한 조직이 아니다. 서방은 애써 무시하지만, 그들은 교육이나 의료와 같은 복지 사업들을 많이 하는 단체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알자지라 방송이 굉장히 유명해졌는데 아랍에서는 두 집 건너 한 집 꼴로 이 방송을 듣기 위해 위성 안테나를 단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 방송이 아랍 지배자들의 추악한 면도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아쉬움은 명확한 관점과 역사적 고찰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아랍 여성들의 시위나 자국 지배자들에 대한 불만은 얘기하지만, 명확한 정치적 의미는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단지 사실을 나열하는 듯한 인상이다. 또한 아랍 국가가 억압적인 이유나 아랍과 제국주의 열강의 관계에 대한 분석이 거의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이슬람을 꾸밈없이 친근하게 소개하고 있다. 아랍인들이 즐기는 유행가나 유머를 통해서 그들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준다.(유행가나 유머 중에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인티파다》 같은 아랍 역사에 관한 책들과 같이 이 책을 읽는다면, 아랍과 이슬람을 잘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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