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라크를 점령했지만... - 이라크는 점점 더 베트남을 닮아 간다
〈노동자 연대〉 구독
미국은 이라크를 점령했지만... - 이라크는 점점 더 베트남을 닮아 간다
6월 24일 영국군 병사 6명이 사망한 사건은 전쟁이 결코 끝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게릴라 전사들의 저항은 점령군을 괴롭히고 있다.
이미 한 미군 고위 장성은 이라크 점령을 미국이 베트남에서 빠진 “수렁”에 비유했다.
지난 주말 예비역 장성 윌리엄 내시는 미국이 “이라크 국민들의 사고 방식과 태도, 미국에 대한 적대감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이른바 종전 이후 이라크에서 무장 공격으로 숨진 미군이 55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누가 로켓 발사기를 발사할지 알 수 없다. 그것은 딸이 살해당한 아버지일 수도 있고 추종자들을 얻으려는 정치 지도자일 수도 있으며 사담 후세인의 잔당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라크 점령에 맞선 저항이 계속되자 미국에서는 전쟁 찬성이라는 정치적 합의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민주당 후보 지명전에 나섰던 주요 인사는 전쟁 문제를 둘러싸고 조지 부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라크 점령에 대한 지지율이 느리지만 꾸준히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살해당한 미군의 유가족들 일부가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나섰다.
6월 22일 부시는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사망자 수가 극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대해 답변해야 했다. 더 나아가, 미군은 지난 주에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 나오는 한 장면을 재연하면서 역겹게도 베트남전을 흉내냈다.
그들은 이라크 서부 라마디 시에서 가택들을 수색·파괴하기 전에 바그너의 음악 ‘발퀴레의 비행’을 틀어 댔다. 그 음악은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 정신 나간 미군 장교가 헬기를 타고 베트남 마을을 공습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이다.
미군의 오만함과 잔인함 때문에 저항이 격화되고 있다. 심지어 아드난 파차치 ― 한때 미국 국무부가 전후 이라크 통치자로 내세웠던 옛 망명객 ― 조차도 이라크 상황은 폭발 3주 전이라고 말했다.
6월 20일 바그다드의 거대한 궁전 앞에서 시아파 무슬림 2천 명이 시위를 벌였다. 그 궁전은 지금 미군이 점령하고 있다. 시위에 참가했던 사이드 알리는 “미국인들은 점령군이자 침략군이다.” 하고 말했다.
함께 시위에 참가한 무함마드 오베이드는 이렇게 말했다. “후세인 집권 시절 우리에게는 의약품이 없었다. 모든 의약품이 이 궁전에 있었다. 이 궁전을 미군들이 차지한 것을 빼면, 지금도 상황은 똑같다.”
미 군정청장 폴 브레머가 바그다드에 하루 20시간씩 전기가 들어온다고 주장했지만, 평범한 이라크인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겨우 두세 시간 들어오는 게 고작이다.
미군 점령군들은 에어컨 시설이 완비된 사무실에 앉아 있다. 한낮 온도가 섭씨 54도까지 치솟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평범한 이라크인들은 제대로 작동되는 냉장고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 이라크의 혼란과 고통은 미국의 점령 계획 일부가 행정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 제국주의의 중동 전략이 빚어 낸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