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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계급 투쟁의 패턴

비록 노무현 정부가 낮은 단계의 자유민주주의를 나타낸다 할지라도 권위주의의 유산이 강한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정치’와 ‘경제’가 쉽사리 분리되지 않는다. 경제 투쟁도 쉽사리 정치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마치 ‘패배’로 끝난 것처럼 보이는 치열한 전투들의 수많은 누적이 정부와 기업주 계급의 공세를 누그러뜨리고 정부를 한발 물러서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정치 체제의 자유화 같은 양보가 이뤄졌다. 김영삼 → 김대중 → 노무현으로 상대적 자유화도 이를 반영한다.

1997년 말 이른바 ‘IMF 위기’ 이후 계속돼 온 정부와 기업주들의 신자유주의적 파상 공세에도 노동자 조직은 성장했고(민주노총의 조합원 수 증가를 보라), 의식도 고양돼 지난해 말 노무현 같은 정치인이 대통령이 됐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도 많은 득표를 했다.

사실, 이 과정은 지난 1987년 6∼9월 항쟁 이래 계속돼 온 과정이다. 그 때 이래, 투쟁의 선봉에 선 노동자들 자신은 국가 권력의 예봉을 맞았다. 하지만 국가는 나머지 노동자들에게는 양보하고 그들을 무마함으로써만 가까스로 노동자 투쟁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이것은 좀더 전투적인 노동자들에게 패배감과 고립감, 피로감을 안겨 주곤 했다. 하지만 새 세대의 노동자 부문들이 등장해 싸우면 옛 세대는 다시 힘을 얻는다. 2000년 이후 롯데 호텔 노조라든가 학습지 교사 노조, 항공기 조종사 노조, 철도 노조, 화물연대 등 새 노동자 부문들이 등장하자 현대차 노조 같은 ‘베테랑’들도 다시 싸울 채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