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에 열린 ‘낙태금지 논란, 어떻게 봐야 하는가?’ 토론회를 알리기 위해서 홍대 가판에서 〈레프트21〉 신문을 사 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연락을 했다.
전화를 걸기 전 잔뜩 긴장했다. 낙태 문제가 워낙 민감한 문제이기에 질문을 하거나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말문을 열고 신문에서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내용들을 전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수화기 너머에서 함께 고개를 끄덕여 줬다. 가톨릭 신자라고 밝힌 한 남성은 낙태를 반대하지만 여성들에게 턱없이 열악한 상황에서 낙태를 무조건 불법화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낙태 토론회에 꼭 오겠다고 했다.
또 한 직장인 여성은 요즘 여성들이 낙태하러 중국으로 간다는 뉴스를 봤다며, 무조건적인 불법은 또 다른 불법을 낳을 것이고 그러면 더 많은 여성들이 죽어갈 것이라며 지금 상황이 정말로 화가 난다고 했다.
나와 통화했던 사람들이 전화를 끊으며 내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고맙다”는 말이었다. 그 짧은 말로 사람들이 낙태 문제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또 낙태 문제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고 싶어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전화 연락을 하면서 느낀 게 또 있다. 바로 우리 신문이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고 논쟁할 때 빛을 발한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나는 늘 신문을 혼자 읽고 말았지 신문에서 읽은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신문에 실린 낙태 관련 주장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을 보며, 우리 신문이 사람들이 목말라 하는 정치적인 궁금증을 풀어 주고, 함께 대안을 고민해 볼 수 있게 만드는 매력적인 매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신문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토론할 때 꼭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토론 울렁증이 있는 내겐, 작지만 아주 큰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