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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로 노동자의 힘은 약해졌는가

경제 위기의 고통을 떠안으라는 위협을 뚫고 ‘하이킥’을 날린 그리스 노동자들은 자본의 세계화로 노동자들의 힘이 약해졌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론의 정설도 함께 날려 버리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을 위축시켜 온 세계화론의 핵심 주장들은 생명력이 꽤나 질긴 듯하다. 특히, ‘세계화 때문에 자본은 공장을 손쉽게 해외로 옮길 수 있다’는 가정은 진보진영조차 잘 떨치지 못하는 통념이다.

얼마 전 ‘전국학생행진’의 웹사이트에 올라온 글 ‘국경 없는 자본이 정말 우리의 ‘삶’을 발전시켜 줄 수 있을까?’에서도 “외국자본은 … 공장 폐쇄와 이전을 아주 자유롭게 감행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대개 이런 주장은 노동자들이 투쟁해 봤자 기업은 짐 싸서 다른 곳으로 가 버리면 그만이라는 식의 논리를 뒷받침한다.

물론, 그 글은 “외국투기자본”의 횡포에 대응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훌륭한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자본의 자유로운 세계적 이동 때문에 초민족자본은 한 나라에서 노동자들의 저항을 무력화하는 데 유능하다”는 주장 탓에 그 취지가 무색해진다.

그런데 “초민족자본이 투자한 제조업 기업들”의 해외 이전은 결코 손쉬운 일이 아니다.

생산자본은 공장, 기계류, 사무실, 광산, 항만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것들은 제대로 갖추는 데만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또, 기업주는 공장이 들어설 곳에 숙련된 노동자들이 충분한지, 노동자들을 훈련시키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부품 공급처들이 있는지, 전력과 용수 공급은 원활한지, 도로망과 철도망은 구비됐는지, 현지 은행이나 금융제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한 것이다.

네트워크

그리고 현지 기업·정부·은행가를 설득하고 교섭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따라서 해외에 공장을 짓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기업주가 이렇게 공을 들여 공장을 세우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때문에 기업 사정이 어려워져도 “과감하게 공장을 폐쇄”하는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그런 결정은 여러 고민과 계산 끝에 내려지며, 결정을 내린 뒤에도 낡은 공장에서 새로운 공장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일은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서서히 진행되는 예가 많다.

2000년에 포드는 다겐햄(런던 동부에 위치한 지역)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지만,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전부 옮기는 데는 거의 2년이나 걸렸다.

한편, 그 글은 지난해 쌍용차 구조조정 사례를 들며, “제어할 고삐가 없는 외투자본[외국투기자본]”은 정부든 노동자들이든 막을 방도가 거의 없다는 인상을 심어 준다.

그러나 얼마 전 프랑스 토탈 정유소 노동자들은 정유소 폐쇄·매각을 예감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강력한 파업 투쟁으로 기업주의 양보를 받아 냈다. 노조 지도자들의 파업 중단 결정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말이다(〈레프트21〉 온라인 기사 ‘완벽한 승리를 얻기 일보직전에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다’를 참고하시오).

이처럼, 기업주가 공장을 이전하거나 폐쇄할 준비를 마치기 전에 노동자들이 신속하고 단호하게 생산을 마비시키고 연대를 확대한다면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세계화’가 진행됐다는 것은 그만큼 생산을 중단하고 이윤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잠재력도 커졌음을 뜻한다. 그리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로 번져 가는 양상이 그것을 보여 준다.

중요한 것은 이런 잠재력이 실현되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려 노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