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2위 경제 규모를 지닌 한국은 인권 수준이 어떨까?
〈한겨레21〉은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기념해 30회에 걸쳐 ‘인권OTL’을 연재했고, 그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었다.
이 책에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역사까지 담고 있어서 인권이나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경험이 없는 사람도 술술 읽을 수 있다.
고등학교의 두발규제, 앉아서 일할 수 없는 백화점 여성노동자, 교도소 출소자들이 겪는 취업의 어려움, 전·의경들의 고통 등. 쉽게 지나쳐 버리거나 거의 접할 기회가 없던 현실들을 다시 바라보고 고민할 수 있게 한다.
하층민의 삶을 상징하는 반지하방의 역사가 박정희 정권의 ‘방공호’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와, 국기에 대한 맹세가 폐지 논란을 거쳐 결국 수정되는 과정도 담았다.
‘최고 집 부자’ 상위 열 명이 집을 5천5백8채 소유하는 동안 전체 인구의 절반은 자기 보금자리 하나 없이 살아간다. 지하방·옥탑방을 비롯해 심지어 동굴이나 움막 같은 곳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사람만도 1백62만 명에 이른다.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인 인권이 국가 안보나 경제 논리 등에 짓밟히고 밀려나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들이밀며 ‘이적단체’ 운운하는 MB정부는 사상의 자유를 노골적으로 침해한다. 적을 이롭게 한다는 ‘이적’이 ‘이명박을 적대시하는 행위’라는 비아냥은 인권이 추락하는 한국의 현실을 보여 준다.
후퇴하고 추락하는 인권 현실들을 보며 우울하고 막막하기도 하지만, 포기하기는 이르다. ‘이건 아니야’ 하고 외치는 사람들의 용기가 이 사회를 조금씩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다.
촛불집회 진압을 거부한 이길준 의경의 양심선언은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두발규제를 폐지한 선린인터넷고등학교의 사례는 유쾌하다. ‘인권OTL’ 보도 후 서서 일하는 백화점·대형마트 노동자들에게 의자가 제공되기도 했다.
‘OTL’ 좌절만 하고 있지 말고 ‘일어나라!’ 더 나은 현실을 향한 우리의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