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현지 르포:
“사장들이 저지른 일 때문에 우리 임금이 깎이고 연금이 동결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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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항공 노동자들이 긴축 정책에 맞서 어떻게 전투적으로 싸우고 있는지 그리스 현지에서 가이 스몰만이 보도한다.
지난주 그리스에서 세 번째 총파업이 일어나기 전날 밤, 아테네 시 파네피스티미우 가는 화톳불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든 수백 명의 인파로 가득했다.
이들의 앞뒤에는 평소 아테네 거리의 도로변을 따라 늘어서 있던 쓰레기 수거함으로 만든 바리케이드가 세워져 있었다.
도로를 막은 바리케이드 앞에서 차량들은 돌아가야 했다. 노동자들이 두 주째 점거하고 있는 재무부 건물 입구 위에는 올림픽 항공사 노조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올림픽 항공의 조종사 노조 위원장인 그레고리 코스탄텔로스는 자신들이 바리케이드를 세우게 된 사연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6개월 전 회사가 민영화된 이후로 노동자 8천 명이 해고됐습니다. 그중 15퍼센트도 안 되는 인력이 그동안 재충원됐는데, 그마저도 불가리아, 아일랜드, 체코 같은 데서 데리고 온 값싼 인력으로 대체됐지요. 해고자들은 인건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재고용에서 배제됐어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열악한 조건을 부과하기가 더 쉽습니다. 현재 그들에게는 노조가 없고 해고될 것이 두려워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요.
“정부는 퇴직금을 지급하고 나이 든 직원들은 다른 공공부문 일자리로 옮겨주겠다고 약속했고 약속 내용을 법으로까지 못박았어요. 그게 4개월 전이었는데 지금까지 아무 조치가 없어요.”
바리케이드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이었어요.” 그가 자기 뒤에 있는 바리케이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7일 전에 우리는 재무부 차관과 면담하려고 여기 왔는데, 차관이 우리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 하니까 정부에서 답변이 돌아올 때까지 이 자리를 뜨지 말자고 우리끼리 결정했어요.
“정부가 약속했던 시한은 이미 한참 지났어요. 우리는 퇴직금을 받기로 돼 있는 노동자 4천5백 명이 언제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우리에게는 이게[바리케이드가 -옮긴이] 최후의 수단입니다. 우리가 생산 현장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파업은 못 해요. 그러니 우리에게는 이것[바리케이드]이 유일한 방어 수단입니다.”
바리케이드로 인한 엄청난 교통 혼잡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운전자들은 노동자들에 대한 지지의 표시로 경적을 울려댔다.
그리스가 어떤 상황에 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코스탄텔로스 씨는 이렇게 답했다. “정부는 여러 가지 긴축 조처들을 단 3~4 개월 안에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칼날이 순식간에 아주 깊이 조여 오는 느낌이에요. 정부의 이런 행보는 거대한 노동 쟁의와 사회적 소요 사태를 부를 것입니다.”
다음 날 아테네 거리에는 분노가 충만했다. 정부가 지난 달 하루 총파업 이후 또 한 차례 긴축 조처들을 발표한 것이다.
전 세계 부유한 나라 지도자들이 그리스 총리에게 보낸 칭찬의 메시지는 사람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이날[3월 11일]의 거리 행진은 2월 24일에 내가 참가한 행진보다 확실히 더 컸다.
경찰은 시위대가 집결하는 동안 대열을 둘로 쪼개려 하면서 시위대를 도발했다.
그러나 시위대의 격렬한 저항에 밀려 결국 경찰은 인도로 물러났다.
얼마 뒤 아테네 폴리테크닉 대학교(경찰 진입이 금지돼 있는 저항 운동의 오랜 중심지)에서 또 충돌이 발생했다.
거리에서는 시위 진압 경찰들이 파업을 알리는 벽보를 뜯어내다가 성난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이 모여들자 철수했다.
행진 대열에서는 노조 활동가들과 반자본주의자들이 최루탄 연기를 막기 위해 얼굴을 손수건으로 감싼 채 함께 의회를 향해 행진했다.
쓰레기 수거원들이 사흘째 파업 중이었던 시내 곳곳에는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파업 중인 노동자 한 명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노동부 장관은 적어도 6월까지 실업자 수가 1백만 명을 넘을 거라 했습니다. 전체 노동 인구의 25퍼센트에 가까운 숫자입니다. 그런데 그리스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이미 유럽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합니다. 어째서 사장들과 은행가들이 저지른 일 때문에 우리들 임금이 동결되고 우리들 연금이 깎여야 하는 것입니까?”
번역 천경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