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교원평가제에 반대하는 교사들의 행동을 지지한다. 그리고 교원평가제가 아닌 교원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공감한다.
그런데 전교조 활동가들의 교사의 ‘잡무’에 대한 태도에는 이견이 있다. 교사들이 말하는 ‘잡무’는 학생 성적 처리나 상담 등 학사, 수업에 필요한 일이나 예결산에 관한 행정, 교육청 공문 처리 따위의 업무들이다.
이런 일들은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비하면 부차적이기는 하나 학교운영을 위한 필수적인 업무다. 교사들이 수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경감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런 일들을 ‘잡무’라고 폄하하는 것은 이 일들을 주로 수행하는 학교 행정 직원들에게는 모욕적인 일이다.
교사의 잡무에 대한 태도 변화와 함께 노동자들의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교사와 비교사 교직원이 함께 정례 교직원회의에 참가해야 한다. 또, 교원에게만 한정된 학교 운영위원 피선거권을 교직원(비정규직을 포함한)으로 확대하도록 함께 투쟁한다면 학교에서 전교조 교사와 행정실 직원 간 연대는 한층 확대될 수 있다.
학교에서 직원간 위계질서는 제도적 장치로 뒷받침됐다. 전교조가 합법화할 때, 정부는 교원과 직원의 단결을 차단하기 위해 교원노조법으로 교사들만의 결사를 허용했다. 초중등교육법에도 행정직원은 법적 고유업무를 맡는 것이 아니라 “교장의 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이러다 보니, 직원들은 “교장의 명”에 따라 온갖 궂은 일을 강요당한다.
OECD 통계를 보면, 한국은 교사1인당 학생 수도 OECD 국가 평균에 못 미치지만 비교사 직원 1인당 학생 수는 더 심하다. 직원 수의 태부족은 정부의 공무원 정원 감축으로 더욱 심해졌고, 부족한 정규직 일자리는 비정규직과 용역 직원으로 채워졌다.
교사의 행정업무 경감을 위한 교원 확충 요구는 직원들도 환영하는 일이다. 정부의 교원업무 경감 대책은 행정 직원의 노동강도를 강화하거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늘리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원 정원 확충과 행정실 직원 충원·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화(공무원화) 요구는 만날 수 있다.
이런 연대에서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구실이 중요하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학교비정규직노조 노동자들이 교사·직원 연대를 교육 현안으로 함께 토론하고 공동으로 행동을 도모한다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