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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한국의 주입식 교육이 우리를 ‘나쁜 피’로 만든다

요즘은 거리를 다닐 때마다 랭보의 ‘mauvais sang(나쁜 피)’라는 시제가 자꾸 생각난다. 나쁜 피.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거의 억울할 지경이다.

영어는 필수고 중국어, 스페인어는 옵션. 도서관에 가 보면 ‘토익900’ 류의 두터운 영어책을 손에 든 대학생들이 괴로운 얼굴을 하고 앉아 있다.

88만 원 세대. 스펙이라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린다. 그의 실질적 인간됨보다 자소서(자기소개서) 한 장에 적힌 학점과 이력들 ― 자격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 의 개수가 중요하다. 사람의 질은 나온 대학의 이름값에 달렸다.

이 문제는 어디서부터 왔는가? 물론 교육이다. 인간은 교육을 바탕으로 사고의 전반을 창조해 낸다. 케네디는 교육은 진리의 씨 뿌리기라고도 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 교육의 현장에서 진리 탐구는 없고, 학생들은 대학을 위한(미래에는 기업을 위한) 기계가 된 지 오래다. 입시의 최전선인 고등학교에서는 모의고사 등급표의 쪼개진 숫자가 아이들의 기분을 좌우한다. 아이들은 몇 명을 더 짓밟고 올라갈 수 있을지 계산하며 나보다 더 많은 점수를 획득한 옆 친구를 노려본다.

한국의 교육정책은 매우 정형화돼 있다. ‘정답이냐/정답이 아니냐’.

덕분에 한국 청소년들의 입은 닫혔고 사고는 정지됐다. 대학의 구술면접조차 아이들은 비싼 사교육비를 들여 ‘답’을 제공받고 달달 외워 가야 한다.

부모들은 행여나 옥조 같은 자식에게 해가 될까 달달이 몇 십만 원씩, 많게는 몇 백만 원씩 지불하며 허리가 휘는 것을 감내한다. 그리고 속으로 버거운 현실의 숨을 삼킨다.

이것이 한국이고 이것이 우리를 ‘나쁜 피’로 만들었다.

극명한 현실의 갈래에서 나는 외친다. 나는 ‘나쁜 피’를 가지지 않았다고. 아니,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