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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상설연대체 제안:
한국진보연대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민주노총은 올해 3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새로운 상설연대체 건설 방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 역주행과 탄압에 맞서 진보민중진영의 광범위한 단결”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의 상설연대체 제안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맞서 진보진영의 단결을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그동안 ‘다함께’는 진정한 진보개혁 성취는 아래로부터의 대중 운동을 통해 가능한 것이고, 이를 위해서 광범한 단결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상설연대체의 필요성을 적극 제기했다.

지난해 민주노총 주도하에 만든 ‘이명박 심판, 민주주의·민중생존권 쟁취 공동투쟁본부(이하 반MB공투본)’에 적극 참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이 제안한 상설연대체가 진정한 단결을 이루려면 몇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먼저 한국진보연대를 분명히 평가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지난 4월 21일 ‘상설연대체(준) 구성을 위한 제 단체 집행책임자 회의’(이하 제단체 집행책임자 회의)에서 한국진보연대의 실패를 “노선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정파적 대립과 분열” 속에 “특정 노선을 전면화하려는 패권적 시도로 오해”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것은 한국진보연대 준비위가 출범하기 직전까지 논의 과정에 참가했던 다함께로서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평가다.

연대체는 상이한 정치 조류(단체)가 한데 모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진보연대는 자주계열(NL)의 정치 원칙을 고집해 다른 정치 조류(단체)의 참가를 어렵게 했다.

가령, 신자유주의 반대에 동의할 단체들은 많아도 “민족 자주”와 “반미”라는 특정 정치 경향의 강령과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면 동의하지 못할 단체들이 생긴다. 한국진보연대 출범 때부터 자주계열이 아닌 정치 조류가 참가하지 않은 이유다.

상설연대체 내에서 각 단체들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행동 통일을 하면서도 독자적인 주장과 비판을 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진보연대는 이 부분이 결여된 자주계열의 재결집체 같았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상설연대체가 진정한 단결을 이루려면 한국진보연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또, “특정 노선을 전면화한 패권적 태도”에 대한 한국진보연대의 자기비판이 있어야 한다.

성찰

둘째, 계급연합 문제에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물론 민주노총이 제안한 상설연대체가 계급연합이라고 볼 순 없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자주계열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선거연합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상설연대체의 주요 세력이 될 자주계열이 계급연합을 추구하기 때문에 상설연대체의 방향에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진보연대 출범 논의 당시 자주계열은 다함께의 계급연합 가능성에 대한 경고와 비판을 한사코 부인했지만 지금 이들은 반MB 민주연합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이런 전력은 연대체 건설의 핵심 전제인 신뢰 문제를 제기한다.

셋째, 상설연대체는 다양한 견해를 가진 소속 단체들의 독립적 주장과 활동을 보장하는 느슨한 조직 구조를 가져야 한다.

민주노총은 “참가단체의 정치적 독자성을 철저히 존중”하겠다고 밝혔지만 단일 정치 경향이 추구할 만한 엄격한 조직 구조를 제안했다.

사실 상설연대체의 미래는 진보진영의 다수파인 자주계열이 자신의 정치 문화와 활동 방식, 심지어 말투를 바꾸는 데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문제가 충분히 개선되지 않은 채, 대의원 구조를 포함한 집중제 같은 엄격한 조직을 제안하고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한국진보연대의 재판으로 끝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5월 12일 ‘제 단체 집행책임자 2차 회의’에서 한국진보연대 주요 활동가들은 “왜 우리가 도마 위에 올라야 하느냐”며 자기 성찰적 평가를 거부했다. 물론 한국진보연대에 대한 평가가 연대체 추진의 전제조건이 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이들의 태도는 연대체의 성공적 전망을 기대하기 어렵게 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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