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진보교육감이 내 아이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면
〈노동자 연대〉 구독
나에겐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가 있다.
이 아이는 시험을 통해 자기 순위가 매겨지는 것을 불쾌해 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면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사실을 싫어하고, 머리모양을 일률적으로 통제할까 봐 걱정하는 평범한 초등학생이다. 대부분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이런 우리 아이에게 얼마 전 희소식이 들려왔다. 서울에서 진보 성향의 곽노현 교육감이 당선한 것이다. 아이는 그 사실이 얼마나 기쁜지 교육감 선거결과가 발표되는 날 학교 컴퓨터실에서 당선 결과를 확인한 뒤 나에게 알려 주면서 무척 기뻐했다.
물론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가 곽노현 교육감의 모든 정책을 안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일제고사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교복을 입지 않고 머리모양을 일률적으로 통제받지 않기를 기대하며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보정당에 가입·후원한 전교조 교사 중징계 방침에 맞서 올곧게 싸우지 못하고, 일제고사 선택권을 분명히 옹호하지 않는 곽노현 교육감의 모습을 보며 과연 그가 제시한 공약을 잘 이행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전교조는 신자유주의 경쟁교육의 벽을 허물기 위해 싸우고 있다. 지금 정부의 전교조 공격도 신자유주의 경쟁교육에 걸림돌이 되는 전교조를 탄압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자들이 진보정당에 가입하고 후원한 것은 자신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매우 정당한 정치활동인데도 “실정법 위반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며 전교조 방어에 주저한다면 앞으로도 자본가 정권이 만들어 낸 억지에 밀려 진보적 공약들은 계속해서 후퇴하게 될 것이다.
만약에 진보적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난 진보교육감을 그토록 원하고 그의 당선에 기뻐했던 내 아이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아이들이 ‘진보교육감도 어쩔 수 없구나’라는 패배의식에 잠기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내 생각이 기우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