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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트로츠키의 마르크스주의》:
트로츠키의 공과를 엄밀하고 간결 명료하게 다룬 책

이 책의 원서는 처음에 1979년 영국 플루토 출판사의 ‘OOO의 마르크스주의’ 시리즈의 하나로 출판됐다. 출판사가 지면을 120~130쪽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바람에 방대한 트로츠키 사상을 핵심만 간추려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핼러스는 이 일을 훌륭하게 해냈다. 이렇게 간결 명료한 해설을 핼러스 말고 다른 누가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다만, 핼러스의 설명은 간결 명료한 만큼 압축적이기도 하므로 독자에게 천천히 여유를 갖고 정독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특히, 급변하는 정치 상황에 발맞춰 변하는 사상을 다루므로 반드시 서술의 배경이 되는 시기를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트로츠키의 마르크스주의》, 던컨 핼러스, 책갈피, 9천 원, 208쪽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트로츠키의 사상을 찬양 일색이나 비난 일색으로 다루지 않고 공과를 엄밀히 따지며 다뤘다는 것이다.

냉전 시대에 트로츠키는 흔히 비非존재로 아예 무시당했다. 드물게 그가 언급될 때는 스탈린주의자들의 비방과 중상의 대상이었을 때였다.

옛 소련 블록과 그 사회의 제도들이 붕괴하자 이제 선진 자본주의 세계의 극좌파는 거의 다 트로츠키주의 단체들인 실정이다. 이제 우익과 지배 이데올로그들은 공산당이 아니라 트로츠키를 공격하는 것으로 과녁을 바꿨다.

설상가상으로 트로츠키는 각종 자율주의자들의 왜곡에도 시달린다. 핼러스는 이런 증오와 매도에서 트로츠키를 구원하는 일에 급급하는 수세적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그는 진실을 말하려 애쓴다. 교조나 교의가 아니라 경험과 현실에 비춘 검증이 핼러스의 정신을 이끄는 등대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지은이 던컨 핼러스(1925~ 2002)는 맨체스터 공장 노동자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열네 살 때 공산당 청년동맹에 가입하는 것으로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그러나 바로 그해(1939) 독일-소련 불가침 조약에 환멸을 느끼고 고민하다가 자신이 다니던 금속 견습공 양성 학교 앞에서 사회주의 신문을 사서 읽고, 이듬해 그 신문을 발행하던 어느 트로츠키주의 단체에 가입했다.

1947년, 옛 소련 블록 사회의 성격이 마르크스가 말한 사회주의가 아니라 관료적 국가자본주의라는 팔레스타인 마르크스주의자 이가엘 글룩슈타인(토니 클리프)의 견해를 받아들여 1951년 클리프와 함께 《사회주의 평론》 그룹의 창립자가 됐다. 이 그룹은 1960년대 초 국제사회주의자들IS로 개명하고, 1976년에는 사회주의노동자당SWP으로 개명한다.

그러나 1955년 주경야독하느라(에든버러 대학교 입학) 스코틀랜드로 이주하면서 핼러스는 《사회주의 평론》 그룹에서 사실상 이탈했다. 그 대신 영국 전교조 NUT 등에서 열심히 활동했다.

1968년, 바로 그 유명한 해, 핼러스는 IS에 (재)가입했다. 재가입 이후 핼러스는 급속히 주요 리더로 떠올랐고, 노동조합 투쟁 활동에도 헌신적이었다. 핼러스는 1995년 와병으로 적극적 정치 활동을 못 하게 될 때까지 SWP의 중앙위원으로 활동했다.

2008년 러시아-그루지야 전쟁과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표출된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의 위기를 다룬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신간 《환상의 소멸? : 세계경제 위기 이후의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책갈피)가 곧 출간된다.

다함께가 주최하는 ‘맑시즘 2010’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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