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긴장 고조시키는 미국과 남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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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압박 강화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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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사태를 빌미로 한 미국 제국주의의 영향력 강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12월 5일, 오바마는 후진타오에게 전화해 “북한의 도발이 용납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협조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오바마 정부 고위관계자는 중국이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책임이 있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한·미·일 외교장관들은 워싱턴에 모여 북한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필요시 각국의 국내 조처를 통한 제재 강화”도 포함돼 있다. 한·미·일은 중국의 6자회담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한·미·일은 모든 것을 북한 탓으로 돌리며 북한에 ‘2005년 9·19 공동성명 의무 이행을 준수’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것은 지겹도록 반복된 적반하장식 태도다.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회담을 마칠 때 이미 미국은 경수로를 제공할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를 해체하겠다고 발표했고, 회담 직후에는 BDA(방코델타아시아) 자금을 빌미로 대북 금융제재를 가했다.
질질 끌다
그 후 미국이 중동 전선에서 고전하는 상황에서 9·19 공동성명의 후속조처를 위한 2·13, 10·3 합의가 2007년에 이뤄졌지만, 미국은 약속 이행을 질질 끌다가 2008년 12월에 느닷없이 새로운 조건(시료 채취를 통한 핵 검증)을 내걸어 6자회담을 결렬시켰다. 당시 북한에 약속한 중유 공급은 아직도 완료되지 않았다.
사실 경수로는 이미 1994년 미국 클린턴 정부 시절 제네바 합의 때부터 북한이 약속받은 것이다. 북한은 합의의 대가로 1994년부터 2002년까지 핵시설을 동결하고 사찰도 받았지만, 경수로 제공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오바마 정부 들어서도 변한 것은 없다. 여전히 북한을 핵 선제 공격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고, 대북 제재는 여전하며, 자신은 이미 쓰레기통에 처박은 약속을 북한더러 지키라는 뻔뻔함도 똑같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와 2차 핵실험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해 우라늄 농축 시설을 살펴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의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이 시설을 지난해 4월부터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시점은 미국이 2차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북한에 추가 경제 제재를 도입할 때다. 오바마 정부가 부시와 마찬가지로 북한 핵 문제를 키운 것이다.
올해 3월에도 미국은 천안함 사건을 북한 소행으로 몰고 가면서 한미 연합훈련을 벌였다. 이런 일련의 긴장 고조 과정 속에 연평도 사건이 터진 것이다. 현재와 같은 대결 상태가 지속된다면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전 통일부장관 임동원의 말도 전혀 터무니없는 예측은 아니다.
그런데도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미국은 제국주의적 압박을 강화하며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 호를 서해까지 전진시켜 한미 합동훈련을 벌이고, 그 직후에는 사상 최대의 한일 군사훈련을 했다. 이에 자극받아 중국도 서해에서 군사훈련을 했다.
남한 정부와 우익들은 호전적 선동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진은 신임 국방부장관 김관진에게 “지는 군대는 군대가 아니”라는 “혈서를 쓰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이미 교전수칙 단계를 줄여 충돌이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는데, 이명박 정부는 교전수칙을 더 공격적으로 개정하겠다고 한다.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자위권을 행사해 전투기 폭격으로 대응하는 데 한미가 합의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개성공단 철수도 거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해5도를 요새화하려 하고, 국방예산도 증액했다. 12월 셋째 주에는 연평도 포격을 촉발한 서해 5도 해상 사격 훈련도 재개할 예정이다.
레임덕에 빠진 이명박 정부는 ‘북한 위협’을 내부 단속에 이용하고 있다. 현 상황을 “국가비상상황”이라고 규정하고는 한미FTA 재협상을 신속하게 타결했고, 2011년 예산안도 강행 처리했다. 군 복무기간 24개월 환원도 거론되고 있다.
물론 북한이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핵개발을 포함한 군사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고 체제를 단속하는 것은 옹호할 수 없다. 이것은 지금 우리가 보듯이 군사력 증강의 악순환을 불러올 뿐, 전혀 반제국주의적 행동이 아니다. 무기증강에 우선 투자하는 ‘선군정치’를 강화하는 동안 북한 민중은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더 큰 책임은 미국의 대북 압박과 그것에 동조한 남한 정부에 있다. 원인 제공자인 이들이 또다시 대북 압박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반도 불안정성을 더 높일 것이다. 따라서 연평도 사태를 빌미로 한 제국주의적 압박 강화를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