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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도 여전히 진행될 세계자본주의의 위기

많은 사람들이 올해에는 경제가 회복됐으면 하고 바라지만 그 기대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세계 주요 경제기구들이나 유명 경제학자들도 올해가 지난해보다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 연말이 되면 지난해가 정말 호시절이었음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전 세계 지배자들을 전전긍긍하게 만들었던 미국 경제의 더블딥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 중국 경제도 경착륙을 보이지 않았다. 남유럽 국가들이 어려움에 빠지긴 했어도 독일 경제가 회복된 덕분에 유로존 경제는 그럭저럭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양상이 2011년에도 이어질지가 문제다.

표1. 중국의 고정자산투자 (출처: CEIC, WB.) 붉은색: 정부주도 고정자산투자, 주황색: 고정 자산투자, 노란색: 부동산부문 고정자산투자

2010년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올해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보면, 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시장의 고속 성장이 예상되지만 세계경제는 지난해 4.8퍼센트에서 올해 4.2퍼센트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6퍼센트에서 2.3퍼센트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고, 유로존 경제도 남유럽 재정 위기 때문에 1.5퍼센트의 저성장을 예상했다.

올해 세계경제 전망을 가늠하는 요인은 다음 세 가지가 될 것이다. 첫째, 미국 경제가 얼마만큼 회복될 수 있을까? 둘째, 유럽의 재정위기가 세계경제를 어느 정도로 위기에 빠뜨릴까? 셋째, 중국 경제의 회복력이 2011년에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여전히 침체 중인 미국 경제

올해 미국 경제가 2010년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로 우세한 것 같다. 전형적인 비관론자로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교수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이 지난해보다 1퍼센트 포인트 하락하겠지만 더블딥 침체 우려는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소비가 살아나고 금융위기 이후 진행돼 온 자산 디레버리지(부채 축소)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 완화와 국채 매입 같은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보이고 있고, 또 지난해 12월 7일 발표된 부유층을 포함한 일괄 감세 연장 조처로 소비가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 이런 전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는 미국 경제가 2011년에 4퍼센트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미국에서 2010년에만 주택 1백20만 채가 압류됐지만, 수백만 채가 더 압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전망은 희망이나 기대에 가까워 보인다.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일자리가 늘지 않아 실업률은 여전히 9.8퍼센트를 맴돌고 있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를 촉발시켰던 미국의 주택시장은 말 그대로 더블딥에 빠져 있는데, 미국 20대 대도시 주택가격지수(케이스-쉴러 지수)는 지난해 후반 하락세를 이어 갔다. 지난해 5월까지 제공된 세제 혜택으로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두 집을 샀기 때문이다. 루비니 교수는 “세제 혜택은 미래의 주택 수요를 훔쳐 갔고, 혜택 종료는 주택 가격을 30퍼센트 더 떨어뜨려 케이스-쉴러 지수를 지난 수개월 동안 하락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GDP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민간소비지출이 회복되지 않는 상태에서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그런데 주택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고용이 호전되지 않는 한 민간소비지출은 증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8천5백80억 달러에 이르는 감세 조처, 6천억 달러에 이르는 2차 양적완화 같은 ‘스테로이드 주사’의 효과 때문이다. 폴 크루그먼 예일대 교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에는 실업률이 높다”며 “장기적인 재정적자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긴축에 나설 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이 최근 제시된 긍정적 경제지표만으로 올해 경기전망을 낙관하는 것은 단견이라고 꼬집었다.

개선된 경기지표를 통해 일각에서 올해 성장률이 3퍼센트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경제가 바닥권을 탈출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는 것은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는 유로존

미국 경제 사정에 견주면 유럽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 2010년 독일이 3.5퍼센트 성장해 유로존 경제를 견인했지만 그 역시 중국의 수요에 기인하고 있다. 독일 경제가 올해 성장률 2.2퍼센트로 예상되는 경기 둔화로 나아간다면 남유럽 국가들에 대한 구제금융은 고사하고 자신을 위한 경기부양책을 고려해야 할 판이다.

올해 초반은 유로존 국가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IMF의 수석경제학자 출신인 사이먼 존슨은 올 3월에서 5월 사이에 남부 유럽 국가들의 채무 상환일이 도래함에 따라 그리스나 아일랜드 같은 국가들에서 다시 한번 심각한 위기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위기는 지난해 말에 신용등급이 하락한 포르투갈도 구제금융의 대열에 서게 만들 것이고 EU 경제 규모 5위인 스페인도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처지로 만들 수 있다.

남유럽의 재정 위기가 스페인까지 번진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IMF의 구제금융 자금이 바닥나고 있기 때문이다. 라트비아, 아이슬란드, 그리스처럼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들은 모르겠지만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더 큰 국가는 IMF가 구제할 여력도, 정당성도 없다. 루비니 교수는 “유럽 재정 위기가 몇 달 내로 무차별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회복을 기원하며 기대하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실채권 매입 여지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2011년 가을부터 유럽중앙은행 총재직을 맡을 악셀 웨버는 부실채권 매입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따라서 재정 위기가 확산하면 위기 대처 방안을 두고 유로존 국가들의 갈등이 증폭될 것이다. 또한 몬테네그로 같이 유로화를 자국 통화로 사용하지만 유럽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지 않는 국가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스나 포르투갈, 또는 아일랜드가 관심의 초점이 될 것이다.

나 홀로 성장?

중국과 인도로 대표되는 신흥 경제는 올해도 고속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나 홀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주요 경제 전망 수치에서도 알 수 있다. OECD의 경제 전망을 보면, 중국 경제성장률을 지난해의 10.5퍼센트에서 올해에는 9.7퍼센트로 낮게 잡았다. IMF의 경제 전망도 9.6퍼센트이며, 유엔경제사회국은 2011년 중국 경제 전망치를 가장 낮은 8.9퍼센트로 예상했다.

표2. 중국의 물가와 부동산 가격 추이 (출처: CEIC, WB.)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은 2008년의 경제 위기에 대처해 정부가 주도하는 투자를 대폭 확대했고, 그 결과 8퍼센트 이상의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2009년 8.7퍼센트, 2010년 예상치 9.8퍼센트). 하지만 중국이 세계 최대 무역 흑자국이고 외환 보유고가 2조 달러가 넘는다 할지라도 무한정 경기부양책을 쓸 수는 없다. 중국의 재정 적자가 미국이나 일본, 또는 유로존 국가들처럼 심각하지는 않지만 이번 경제 위기로 국가부채가 GDP 대비 60퍼센트 수준으로 급속히 늘어났고, 기업들에 무차별적으로 해 준 대출이 부실채권으로 전락해 국가 채무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1년에는 국가 주도 투자를 줄이고 그 몫을 민간부문이 담당하도록 한다지만 이런 계획이 제대로 실행될지는 의문이다. 경제 위기의 여파로 일자리는 줄어들고(농촌에서 도시로 올라온 농민공들이 그 희생자다), 도시의 가계소득은 늘지 않고 있다. 더욱이 2010년에 소비자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민간부문의 실질소득을 줄였다.

위 표가 보여 주는 것처럼, 부동산 부문의 고정자산투자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 경제의 부분적인 회복기를 틈타 자산가격 인플레로 나타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주택구입자금 대출 요건을 강화하고 주택을 처음 구입할 때 대출금리를 할인해 주던 혜택을 축소하는 등을 조처했지만 부동산 가격은 안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여섯 차례에 걸쳐 긴축 조처들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2009년 이래 막대한 경기부양 자금이 시중에 풀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로존의 경기 침체와 미국 소비시장의 회복 지연은 중국의 수출 증가세를 대폭 둔화시킬 것이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이 자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려고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계속 가할 것 같다. 이런 요소들은 중국이 나 홀로 성장을 계속할 수 없는 배경이 된다.

분열의 가속화

오바마 대통령이 부시 시절의 세금 감면을 연장했을 뿐 아니라 그 규모도 더 늘리자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은 갱생시설에 들어가 갑작스런 마약 중단을 참고 있는데, 미국은 또다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한편 독일 사민당과 녹색당은 구제금융 기금 확대와 유로채권 발행에 반대하는 메르켈 총리를 두고 “비유럽인”이라고 비난했다. 남유럽의 재정 위기가 다시 불거지면 그 처리 방안을 두고 갈등이 확산될 것이다. 이런 분열은 이미 2010년에도 위안화 평가절상을 두고 벌인 환율전쟁으로 나타난 바 있다.

세계경제를 지탱하는 세 요소들이 서로 처한 조건이 달라 2011년에는 국제공조보다는 갈등과 분열이 더 심각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2011년 세계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겪지 않고 완만하게 상승한다면 중국, 인도, 브라질 같은 부상하는 신흥국 경제는 인플레로 말미암아 출구전략을 추진해야 할 상황에 처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는 미국 경제는 추가 경기부양책을 고려해야 할 판인데, 이 조처를 두고 시장 근본주의자들과 케인스주의자들 사이에 갈등이 형성될 것이다. 남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심각한 위기를 겪을 것이고, 위기의 부담을 누가 나누어 질 것인가를 두고 유럽 주요 국가들이 분열할 것이다. 사태가 더 나쁘게 진행된다면 남유럽의 위기가 스페인으로 번져 유럽은 물론이고 전 세계 경제를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을 수도 있다.

이런 사태들은 모두 확률적 차이는 있지만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일들이다. 그런데 이런 사태 뒤에는 너무나 분명한데도 주류 언론이 말하지 않는 두 가지 사실이 있다. 첫째는 투자의 수익성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것은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어마어마하게 집행했음에도 괜찮은 일자리가 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지난 번 호황 때 너무나 많은 공장과 시설들이 건설돼 아직도 그 가치가 파괴될 자본이 많이 있다.

둘째는 경제 위기의 대가가 노동자 대중에게 떠넘겨진다는 점이다.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언제 위기가 있었냐는 듯이 두툼한 상여금 봉투를 자랑한다. 하지만 전 세계 노동자들은 복지서비스 삭감, 일자리 축소, 물가상승 때문에 실질임금이 감소하고, 생활수준이 하락했다.

2011년은 지난해부터 누적돼 온 경제적·정치적 갈등과 긴장이 고조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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