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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필요한 것은 민주대연합이 아니라 노동자 단결 전선이다

이명박은 신년연설에서 “올해 국정운영의 두 축은 안보와 경제”라고 규정했다. 이것은 올해도 한반도 주변의 긴장과 ‘안보 정국’이 이어질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을 하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동아시아와 한반도에 드리운 긴장의 먹구름이 사라지길 바란다. 그리고 최근에는 긴장 해소 조짐도 희미하게 나타나는 듯하다.

그러나 최근 방북했던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 빌 리처드슨은 “아직 언제라도 불이 붙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엄청난 긴장, 엄청난 불신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긴장의 배경에는 이 지역에서 패권을 위해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으려는 미 제국주의의 영향력 강화 시도가 있다.

이미 미국 제국주의는 막강한 군사력으로 패권을 유지하려 하면서 중동을 끔찍한 생지옥으로 만들어 왔다. 그래서 미국의 오바마가 지난해 가을 아세안 10개국 정상들 앞에서 “미국이 아시아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은 불안감을 더욱 부추겨 왔다.

오바마와 이명박이 옥죌수록 북한은 핵과 미사일에 더 매달리게 되고, 오바마와 이명박은 그것을 빌미로 다시 긴장을 더한층 고조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요인들이 그대로 있는 한 이 지역에서 대화는 또 다른 충돌의 전주곡일 수 있다.

따라서 오바마와 이명박에 맞서는 반제국주의 운동 건설은 올해에도 진보진영 투쟁의 한 축이 돼야 한다.

이명박이 “올해는 정말로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해”라며 국정운영의 또 다른 축으로 ‘경제’를 잡은 것도 불길하다. 부자 감세 등 재벌들에 대한 퍼 주기로 세계 경제 위기에 대처해 온 이명박 정부가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더 본격화하겠다는 신호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예산안 날치기와 새해 업무보고 과정에서 복지를 삭감하고 비정규직을 늘리고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공격하겠다는 기본 방향이 드러났다.

신년연설에서도 이명박은 “시혜를 베풀고 환심을 사려는 복지 포퓰리즘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며 태도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사람들이 정의에 목말라하고 차별과 불평등을 지긋지긋해하는 상황에서 이명박의 이런 정책 방향은 지지받을 수 없다. 따라서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 후 시작된 이 정부의 레임덕은 갈수록 가속화할 것이다. 벌써 시작된 박근혜, 김문수, 오세훈 등의 대권 레이스도 이명박의 레임덕을 더 부추길 것이다.

한나라당 남경필은 “일각에서는 친이계는 이미 무너졌다, 없다, 이미 해체된 지 오래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고 말한다. 정두언도 “한나라당은 더 나빠질 것이고 악재는 더 많아질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미루고 덮어 왔던 일들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래서 〈조선일보〉 편집부국장 양상훈은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는 북보다는 남(南)에서 먼저 현실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한다.

레짐 체인지

이명박 정부가 2010년의 마지막 날에 종합편성채널의 사업자로 조중동을 선정하고 ‘회전문 개각’을 통해 최측근들을 전진배치한 것은 이런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시도일 것이다.

그러나 조중동 방송 시대의 개막은 기성 언론과 방송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더욱 부추기며 역풍을 낳을 수 있다. 2008년 촛불 항쟁 때 조중동이 대중적 불신과 조롱의 대상이 됐던 것을 떠올려 보라.

더구나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는 끊임없이 언론 노동자들의 투쟁을 촉발해 왔다. 한정된 광고 시장을 둘러싼 조중동의 생존 경쟁은 지배계급 내부의 분열도 더 격화시킬 것이다.

친위 체제 구축도 마찬가지다. 집권 초 강부자 친위내각 구성은 촛불항쟁의 불쏘시개 중 하나였고, 지난해 영포게이트 파문은 친위체제 구축 과정에서 터져 나온 불협화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조중동을 사업자로 선정한 종편 심사위원장 이병기는 민주당(손학규) 추천 방송통신위원으로 활동하다가 MB맨을 거쳐 급기야 친박계로 변신했다. 이 때문에 언론 노조와 단체들은 “손학규 대표는 종편 사업자 결정의 조력자 역할을 해 버린 결과 앞에 책임 소재를 분명히[하라]”고 질타했다. 사실 민주당은 2009년 방송악법 통과 과정에서도 일관되고 철저하게 그것을 막지 않았다.

이것은 이명박과 그의 정책에 반대한다고 말하면서 행동에서는 끊임없이 동요하고 타협하는 민주당의 행태를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때문에 진보정당과 주요 시민사회단체의 개혁주의 지도자들이 올해의 주요 과제를 2012년 총선과 대선 준비로 여기고, 나아가 민주당과의 선거연합 추진에 치중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이들은 2012년 연립정부 구성이라는 집권 프로젝트를 세워 두고 선거 논리에 빠져 있다.

그러나 자본가 계급에 기반을 뒀고 그들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와 근본에서 다를 바 없는 민주당과 계급연합을 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와 정책을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없다.

진보진영은 노동자 대중 투쟁을 통해 이명박 정부와 정책을 저지하려 힘써야 하고, 이것을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진보대연합(노동자 공동전선)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