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초중등교육법 개악을 시도하는 교과부가 출석 정지를 체벌 대체 수단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서울시교육청은 “출석 정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시하겠다”고 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체벌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에 준하는 처벌을 지지함으로써 체벌 금지의 의의를 퇴색시킨 것이다.
2009년 12월 17일, 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발표했을 때 나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은 기뻐했다.
이제 학교에서 두발검사를 받을 일도 없을 것이고, 학생부 앞에서 매일 매를 맞는 학생들을 볼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불만스럽게 여기는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을 개악하려고 한다. 특히 신체나 도구를 이용한 체벌만 금지한다는 이런 모호한 조항들은 체벌을 전면 금지한 학생인권 조례를 상위법 위반으로 몰아 무용지물로 만들고 말 것이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체벌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늦게나마 우리나라도 학생들의 인권에 관심을 보이며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에 무척 기뻤다. 하지만 교과부의 초중등교육법 개악에 장단을 맞춰 이른바 “자꾸 문제 일으키는 학생”(〈조선일보〉)은 출석 정지를 시키고, 대안교육 위탁기관을 늘려 전체 ‘문제 학생’ 수용인원을 세 배로 늘리겠다고 주장하는 서울시교육청의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다. 진보 교육감이라면, 일관되게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옳은 일 아닌가?
지금의 교육환경은 과밀학급이라 선생님이 학생들 개개인을 잘 알지도 못하고, 입시 위주 교육 때문에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는 대학 진학에 관한 얘기뿐, 진솔한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다. 이런 상황은 그저 ‘문제 학생’을 교실에서 쫓아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학생인권조례의 정신을 일관되게 실현하려면 교사 수를 늘리고, 입시경쟁을 완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