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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시크릿 가든〉과 환상적 리얼리즘

실재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 파란색 운동복, 전혀 안 멋있다. 김주원(현빈 분)이 몇 번 신고 정원 거닐던 노란색 운동화도 ‘영 아니올시다’다.

나이 많은 부하 직원에게 악다구니 하는 젊은 사장. 아침 출근길에 전 직원이 줄 서서 기다리며 인사하는 걸 당연한 듯 무시하는 사장. 좋아하는 여자의 찢어진 가방이 자기 체면을 구긴다는 남자. 그래서 강제로 옷 사주면서 입으라는 남자. 그 여자가 자기를 이해 못한다며 적반하장 화내는 남자. 제 엄마에게 유산 꼭 물려달라고 떼쓰고 협박하고 거래하는 다 큰 아들.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직원을 폭행하고 매값이라며 2천만 원 건넨 최철원과 전혀 다르지 않은 자다.

환상

당신은 부자들의 비밀 정원에 갈 수 없다. 가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김주원 같은 부자가 당신을 생각할 때다. 그와 함께 나란히 정원을 거닐 수 있다. 하지만 그때 당신의 실존은 거기에 있지 않다.

다른 하나는 당신과 김주원의 영혼이 서로의 몸에 바뀌어 들어갔을 때다. 당신은 김주원으로 그 정원에 갈 수 있다.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

드라마가 그린 김주원은 사실 전혀 사랑스런 남자가 아니었다. 나는 작가와 제작진이 부자와 가난한 자들이 사실 얼마나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지 드러내려고 이 드라마를 만들었는지 아닌지 알 지 못한다. 다만, 김은숙 작가가 전보다 더 ‘시청률’ 압력에 타협하는 것 같아 아쉽다.

〈파리의 연인〉에서 김은숙 작가는 마지막 반전을 통해 드라마의 모든 이야기가 사실은 여주인공 강태영(김정은 분)의 꿈이었다고 해, 많은 이들의 원성을 샀다. 가능하지 않은 ‘신분상승’의 환상이 여전히 많은 이들을 사로잡는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반대로 이번에도 비슷한 결말을 바랐던 사람들은 톡톡히 실망한 것 같다. 하지만 결말이 어찌됐든, 이 드라마는 부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고, 생각하는지 드러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은 부자들을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그리며 비아냥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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