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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서구 열강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

리비아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우파언론들은 당장이라도 개입하지 않는다면 리비아에서 학살이 일어날 것처럼 말하며 서구열강의 개입을 정당화하려 한다. 〈한겨레〉도 이와 같은 공포를 퍼트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반군의 거점인 벵가지의 시민들은 주류언론들이 말하는 것처럼 '대학살'의 공포에 휩싸여 있지 않다. 벵가지에는 8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은 반란의 초기부터 반카다피의 깃발 아래 싸워 왔고 지금도 용감히 맞서고 있다.

카다피가 공세적으로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과 시가전을 치를 정도의 전력은 없다. 반군 “청소”를 하겠다는 카다피의 호언장담과는 다르게 싸움은 길어질 것이다.

서구열강은 리비아의 민주주의에 관심없다

그럼에도 서구열강이 처음 자청했던 ‘비행금지구역’에 호응하는 반군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카다피군의 폭격에 희생당하는 상황에서 그같은 의견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서구열강의 개입은 절대 리비아의 민중들에게 도움되지 않는다.

카다피가 리비아의 민중들을 억누르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무기들은 서구열강이 판매한 것이다. 서구열강이 진정으로 독재자를 몰아내고 싶었다면 민중을 탄압하는 데 이용될 것이 뻔한 무기들을 판매하지 않았을 것이다. 압류한 카다피의 해외재산을 반군들에 주는 것도 큰 도움이겠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EU의 지배자들은 반군과 접촉하며 카다피와 맺었던 협정을 이행할 것이라는 맹세를 강요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최근 혁명들로 잃어버린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회복하는 것 뿐이다.

비행금지구역은 찬성하고 군사개입에 반대하면 되지 않겠냐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부시정부 시절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게이츠가 말하듯, 비행금지구역은 기본적으로 군사시설에 대한 폭격으로 시작한다. 즉 비행금지구역설정은 군사개입 없이 이룰 수 없다. 또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사례에서 보듯 이런 ‘군사시설’에 대한 폭격은 필연적으로 민간인 희생을 낸다. 이런 희생은 카다피에게 외세에 대항한다는 정당성을 부여해 사병들이 반란군의 편에 서는 것을 막게 될 것이다.

민중은 승리할 수 있다

주류언론들은 반군에 비해 뛰어난 화력을 가진 카다피의 전력을 과장한다. 그러나 헤즈볼라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을 물리치고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리비아의 민중들은 카다피에 맞서 승리할 수 있다.

이집트와 튀니지의 민중들이 리비아에서 학살이 일어나게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집트의 민중들은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이 학살을 저지를 때 무바라크가 막았던 국경을 부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도왔다. 그들은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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