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외대)에서는 서울과 용인 양 캠퍼스 간 전과제도와 복수전공제도가 논란이 돼 왔다. 복수전공제도는 외대의 독특한 학사제도 중 하나로, 용인캠퍼스 학생이 여덟 학기를 이수하고 서울캠퍼스에서 두 학기를 다니면 서울캠퍼스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이른바 ‘4+1’제도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와 경영대학 학생회 등은 특히 복수전공제도를 반대하고 있다.

학교당국은 서울과 용인 캠퍼스 간 차별을 해소하려 노력하기보다는, ‘1년만 더 다니면 서울 캠퍼스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해 용인캠퍼스 입학 경쟁률을 높이고 1년치 등록금을 더 걷는 ‘학위 장사’ 에만 골몰하고 있다. 복수전공제도를 시행하면서 필요한 교수 충원과 강의실 확충 등은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학교 측에 양 캠퍼스 간 차별 폐지와 교육여건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서울과 용인 학생들이 단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런데 서울캠퍼스 총학생회가 복수전공제도를 사실상 반대하면서 오히려 서울과 용인 학생들 사이에 심각한 분열이 생기고 있다. 해마다 용인캠퍼스 학생들 2~3백여 명이 복수전공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캠퍼스 학생들이 ‘학벌 세탁’ 운운하며 복수전공제도 폐지나 축소를 요구한다면, 이 학생들을 내치는 것이자 용인캠퍼스 학생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설움과 한을 안겨 줄 것이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다함께’ 외대 모임은 지난주부터 총학생회의 복수전공 반대 주장을 비판하는 독자적 선동을 시작했고, 여러 학생회 회의기구에서 논쟁을 주도하고 있다. 다함께는 양 캠퍼스 학생들 간 차별에 반대하고 단결을 바탕으로 투쟁하는 것이 전체 학생들의 권익 향상에 이롭고 학벌 사회에 진정으로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결과 애초 총학생회가 토론 없이 복수전공제도 반대 안건을 정기총회에 상정하려는 시도를 좌절시킬 수 있었다. 또한, 총학생회와 경영대, 상경대 학생회장 등 소수 강경파를 제외한 대부분의 단과대 학생회장들이 우리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다함께’ 외대 모임은 학위 장사에만 몰두하는 학교 당국과 온갖 학벌주의적 논리로 복수전공제도를 반대하는 일부 학생들에 맞서,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투쟁을 할 것이다. 진보적 학생들이라면 응당 모든 형태의 차별에 맞서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의 시도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