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리비아 항쟁이 서방의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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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진정한 민주화를 바라는 사람들은 서방 군사 개입에 반대하면서 리비아 혁명이 승리하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서방 군사 개입을 반대하는 좌파 인사들 중에는 리비아 혁명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예컨대 미셸 초스도프스키는 리비아 군사 개입에 반대하지만 지나치게 음모론에 의존하며, 중동 민중 반란의 의의를 깎아내린다. 그는 심지어 이집트 혁명도 CIA 공작에 의한 정권 교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정부의 이집트 특사 프랭스 와이스너가 무바라크에게 사임하지 말라고 권했고, 이것이 무바라크 사임을 요구하는 투쟁을 격화시켰고, 결국 무바라크를 사임시키는 “정권 교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그런 음모를 꾸민 것으로 제시되는 증거는? 와이스너의 아버지가 유명한 CIA 스파이였다는 것이다.
초스도프스키는 서방 지도자들이 흘린 악어의 눈물을 근거로 리비아 반란도 서방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말 기가 막힌 것은 초스도프스키가 영국 특공대원들이 반란군에 의해 생포된 것을 영국 정부가 리비아 혁명을 배후 조정한 근거로 인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초스도프스키 자신이 인용한 로이터 통신 보도가 밝히고 있듯이, “리비아 저항세력의 지도적 인사들은 영국 특수부대의 개입에 크게 화가나 이들을 병영에 가두도록 지시했다.”
사실, 초스도프스키 자신도 “리비아 저항세력이 외국군 개입 문제로 첨예하게 분열해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저항세력 내에서 서방의 제한적 군사 개입을 찬성하는 쪽이 발언력을 가지게 된 것은 하나의 과정이었지 미리 정해진 음모가 아니었다.
반카다피 세력이 결성한 연합체인 과도국가위원회는 최초 성명서에서 서방의 모든 군사 개입 반대를 천명했다. 서방 개입을 주장하는 옛 카다피 정권 인사들이 목소리를 높인 것은 혁명이 카다피의 반격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부터였다.
한국 좌파 진영에도 비슷한 견해가 있다. 최근에 전태일 노동대학 김승호 대표는 ‘제국주의의 리비아 반혁명 기도는 실패할 것이다’라는 글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올바르게도 서방 군사 개입에 반대한다. 또한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서방의 위선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친미 망명자 집단
그러나 김 대표는 더 나아가 리비아 혁명이 전혀 혁명이 아니라고 하면서 저항세력을 비난하면서 노골적으로 카다피를 옹호한다.
김 대표는 “무장봉기를 실행한 것은 청년 노동자들이 아니라 이슬람주의자들”이라고 깎아내리면서, 동시에 모순이게도 “누가 이렇게 무기를 밀수하고 무장봉기를 주도했는가?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세력이 리비아 구국 민족전선”이라며 친미 망명자 집단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김승호 대표는 나아가 “카다피가 아프리카 대륙을 대표하여 라틴아메리카 대륙을 대표하는 차베스와 함께 반제국주의 투쟁의 선봉에 서 있는 인물”이라며 카다피를 옹호한다.
그가 “차베스와 함께 라틴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 나라들의 연대와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고, “2011년은 바로 그 정상회의가 열리는 해”이기에 서방이 음모를 꾸몄다는 것이다.
왜 서방은 이 정상회의를 막기 위해 군사적 침략까지 감행해야 했을까? “세계 자본주의가 대공황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만큼 이번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정상회의’는 매우 담대한 결의를 할 가능성이 많다 … 이렇게 될 때 미 제국주의만이 아니라 현존 제국주의 모두가 후퇴를 요구받을 것이다.”
사실, 카다피가 그런 요구를 하고 싶었다면 굳이 2011년까지 기다릴 것 없이 토니 블레어, 베를루스코니, 니콜라 사르코지, 버락 오바마를 만났을 때 얘기했으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들과 만났을 때 리비아 석유 자원에 대한 투자를 호소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말을 하기 바빴다.
반대로, 김민웅 교수는 똑같이 서방의 위선을 비판하고 서방 개입을 반대하면서도, 리비아 저항세력을 비판하고 카다피를 옹호하는 덫에 빠지지 않는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같은 자유주의 언론들마저 서방의 군사 개입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김민웅 교수의 글은 반갑다.
김민웅 교수는 카다피와 같은 독재자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올바르게 말한다. 그러나 김민웅 교수의 글에는 혼란이 있다.
그는 리비아의 민주화는 리비아인들에게 달려 있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카다피에 반기를 든 무장 반군세력이 리비아를 민주화하려는 세력인지 어떤지 분명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김민웅 교수도 좌파 일각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리비아 혁명에 대한 불신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는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