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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없는 세상을 위해 지금 당장 변화가 시작돼야 합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를 만났다. 10년 넘게 반핵 운동을 벌여 온 그는 현재 35퍼센트에 이르는 한국의 핵발전 비중을 0퍼센트로 만들기 위한 변화가 지금 당장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핵발전은 전체 전력 생산에서 현재 35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고 있구요. 2030년까지 59퍼센트로 늘리기 위한 계획이 추진 중입니다. 현재 핵발전소는 21기 있습니다. 건설 중인 게 일곱 기, 추가로 건설될 것까지 합하면 열한 기 정도가 더 건설될 겁니다

고리 1호기는 이미 수명 연장을 확정지었습니다. 그리고 월성 1호기가 올해 6월까지 수명 연장을 결정하게 돼 있어요. 또 올 6월까지 울진, 영덕, 삼척 이 세 군데의 신규 핵발전 부지를 조사해서 선정하게 돼 있어요.

3월 16일 고리 핵발전소 앞에서 열린 가동 중단 요구 기자회견 수명 연장된 후쿠시마 원전이 낳은 재앙을 보고도 정신 못 차리는 한국 정부

지금도 핵발전소의 밀집도는 우리 나라가 일본보다 더 높은데 이렇게 되면 세계에서 밀집도가 제일 높은 나라가 될 겁니다.

그런데 핵발전소는 당장 가동을 멈춰도 그 전체가 하나의 핵폐기물이 됩니다. 그 중에 방사선이 높은 사용후 핵연료는 처분할 장소를 찾아야 하는데요. 단지 장소 문제가 아니라 기술도 없는 상태입니다. 짧게는 10만 년에서 길게는 1백만 년 동안, 사실상 반영구적으로 보관해야 하는 물건이고 그동안 생태계에서 격리돼야 하거든요. 지하수도 들어가면 안 되고 사람도 들어가면 안 되고.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있는 기술이 인류에게 없습니다.

핵 사고

[한국에서도] 그간 많은 핵 사고가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달에도 대전 원자력 연구소에 있는 하나로 원자로에서 방사선 누출과 백색경보가 내렸어요.

대전 같은 경우는 직선거리 1킬로미터 안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요. 고리 핵발전소는 이번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처럼 반경 30킬로미터 이내 주민을 대피시켜야 하는 상황이 되면 그 안에 부산시와 울산시가 다 들어갑니다.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이 건설되고 있는 경주는 그동안 활성단층 논란이 있었던 지역입니다. 양산단층, 읍천단층이라고 하는 우리 나라의 단층대가 모여 있는 곳이거든요. 활성단층은 근래 [지반의] 움직임이 있었던 곳을 얘기하는 겁니다. 그래서 언제든지 다시 활동할 수 있는 그런 지역인 거죠.

실제로 그것이 문제가 있다고 얘기해 주시는 지질학자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질 문제 때문에 [방폐장 공사가] 2년 6개월이나 지연됐고 지금도 계속 물이 흘러나오고 있어서 방폐장이 완공된 뒤에 방폐장이 물에 둘러싸일 겁니다. 여기에 보관될 방사능 폐기물은 최소한 3백~4백 년 동안 보관해야 하는 데 말이죠. 이것은 정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내용이에요.

한국 정부는 한국의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도 그 지역에서 규모 9.0 지진이 일어날 거라고 아무도 예상을 못했거든요. 내진 설계도 그것에 맞춰서 한 거죠.

한국은 진도 6.5가 기준인데요. 하지만 동해안에서 진도 7.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학자들의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면 내진 설계를 높여야 하는 데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것을 보면 7.0으로 높이긴 하는데 신규 건설부터 높인다는 거예요. 노후한 것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거죠. 노후 발전소는 폐쇄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현재 밀집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봐도 계속 핵발전소가 많이 지어지면 어디선가 한 군데에서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신규 건설도 중단해야 합니다.

[정부는 수명 연장된 노후 핵발전소의 내부 부품을 다 바꿨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는데, 이헌석 대표는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자동차 생각하시면 됩니다. 에어콘 갈고 미션 갈고 뭐 갈고 해도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기잖아요. 많은 부품이 교체됐다 할지라도 각각의 부품이 연결되는 부분에서 문제가 항상 생기는 거고 일부 부품이 교체됐다고 해서 전체가 안전하냐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독일의 경우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에 핵발전소 신규 건설을 중단했어요. 그 이후에 재생에너지로 정책을 전환했습니다. 그래서 독일의 경우에는 전체 전력의 14~15퍼센트 정도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핵발전소를] 더 늘리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에 굳이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거죠.

현재 35퍼센트인 핵발전 비중을 0퍼센트로 줄이는 계획을 짜야 하는 시점이 됐습니다.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합니다. 일차적으로 신규 건설을 중단한다는 선언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핵발전에 투자된 노력, 그 연구비, 그 홍보비를 재생에너지로 돌릴 수 있거든요. 성과가 바로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그게 필요하고 가능합니다.

인터뷰·정리 장호종

‘우리는 안전하다’는 이명박을 못 믿는 이유

김종환 | 연세대학교 지구환경연구소 연구원

한반도가 속한 지역은 편서풍 지역이기 때문에 일본의 방사능 물질이 한반도로 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들이 많다. 그러나 제트류를 지칭하는 편서풍은 지상 5킬로미터 높이에서 부는 바람이다. 일본에서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나라라면 이 말이 맞을 수 있지만 후쿠시마에서 불과 1천여 킬로미터 떨어진 한국에서 편서풍만 믿고 안심하는 것은 바보 짓이다.

바람은 지상에 가까워질수록 지면과 해면 마찰 때문에 방향이 틀어지기 때문이다. 특정한 기압배치에서는 바람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충분히 불 수 있다.

실제로 독일의 매슬링 교수와 동료들은 2001년 4월 초 관측선을 타고서 동해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했는데, 후쿠시마보다 더 멀리 떨어진 미야케지마 화산 분출물의 흔적을 울릉도 인근 해역에서 발견했다. 화산 분출물은 이동 과정에서 충분히 희석이 되면 그다지 유해하지 않지만, 방사능은 그렇지 않다. 미량의 방사선에 오랫동안 노출되는 것은 다량의 방사선을 짧게 쏘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아무리 소량의 방사능 물질을 다루는 실험실이더라도 실험자의 체류시간을 최대한 짧게 하라고 교육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2005년 12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12개월 동안 서울 지역 미세먼지의 과거 72시간 유입경로를 분석한 논문에서도 5월부터는 서풍 계열 바람이 약해지면서 일본으로부터 기류가 유입됐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이 그렇다면 동해안 지역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방사능 공포

5월이면 아직 한참 남지 않았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누출 우려가 있는 세슘은 반감기[방사능 강도가 절반으로 떨어지기까지 걸리는 기간]가 30년이나 된다. 즉 5월 바람을 타고서 방사능 물질이 날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인류는 방사능을 일으키는 원자핵 붕괴를 화학적·물리적인 방법으로 통제하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방사능 물질이 스스로 다 ‘타버릴’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방사능을 중화시킬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핵발전이 수십만 년 동안 감수해야 할 위험을 낳는다며 많은 사람들이 핵발전 자체에 반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바람의 방향과 상관없이 우리 나라까지 날아올 수는 없다”(이명박의 21일 라디오 연설)는 비과학적 주장을 늘어놓거나, 방사능 공포에 떠는 국민들을 향해 “괴담”을 유포하면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때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