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 1공장:
구조조정에 맞선 강력한 투쟁이 신차 생산을 멈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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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 1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측의 일방적인 신차 투입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와 비정규직 해고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현대차는 1월 중순부터 울산 1공장에서 신차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단체협약에 따르면 신차종을 투입하기 전에 생산에 필요한 적정 인원을 결정하는 협상을 노조와 벌여야 한다.
이에 따라 지난 연말 사측과 울산 1공장 대의원회는 ‘의장부서의 1라인(벨로스터와 신형엑센트 혼류생산)에 10명 인력 충원, 2라인(신형엑센트 생산)은 현 인원을 유지한다’는 ‘총고용 보장’에 합의했다.
그러나 사측은 최근 이 합의를 뒤집었다. 1라인의 생산대수를 크게 늘려 노동강도를 높이고,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은 타 부서로 전환배치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분노한 1공장 노동자들은 “노동강도 강화 반대, 1공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모든 인원의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신차 생산을 거부하는 정당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정당한 투쟁에 온갖 비방을 퍼붓고 있다. ‘13만여 대의 수출 차량 적체로 국익에 타격을 주고 있다’, ‘한 줌도 안 되는 강성 대의원이 1공장 조합원 전체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투쟁을 주도하는 활동가들을 공격했다. 사측은 또 일방적으로 잔업과 특근을 없애거나 중단시키며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임금이 줄어든 노동자들이 투쟁을 주도하는 활동가들을 원망하도록 만들려고 이간질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현대차 1공장 노동자들의 투쟁 때문에 타격을 받은 것은 현대차 사측과 정몽구의 이익일 뿐이다. 현대차 사측은 지난 몇 년간 노동자들을 쥐어짜서 엄청난 수익을 올려 왔다. 현대차의 순이익은 2009년 2조 9천억 원으로 2004년에 비해 70퍼센트 이상 상승했다. 회장 정몽구의 상장사 보유 지분 가치는 6조 원을 넘겼다. 이런 탐욕스러운 자들의 이익에 타격을 가해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려는 것은 정당하다.
‘일자리를 위협’해 온 것도 현대차 사측이다.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할 8천여 명을 불법파견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신차 투입 때마다 부품 교체하듯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공장에서 내쫓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와 전환배치를 강요해 온 것이다.
노동자들이 신차 생산을 거부하며 투쟁하자 사측은 일방적으로 신차 투입을 시도하거나 관리자를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이 물리력으로 라인을 가동시키려 하면 대의원들이 앞에서 막고 조합원들은 구호와 함께 응원”(1공장 엄길정 대의원)하며 라인 정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징계를 받아 공장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형님들 고생하는 거 안다. 힘내시라’는 격려 메시지가 담긴 대자보를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비정규직 점거파업 때의 끈끈한 연대의식이 여전한 것이다.
노동자들의 힘
1공장 엄길정 대의원은 “사측은 1공장을 시작으로 대의원들의 협상권을 박탈하려 한다. 때문에 이 투쟁은 1공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차종이 나올 때마다 선례가 돼 계속 인력 감축, 구조조정을 하려 할 것이다. 사측의 의도를 꼭 막아내야 한다”는 결의를 밝혔다.
반면 투쟁을 이끌어야 할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은 투쟁하는 대의원의 사기나 떨어뜨리고 있다. 지부 집행부와 간담회에서 1공장 대의원들은 “회사의 신차 강제 투입은 ‘단협 파기’인 만큼 지부 집행부가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경훈 지부장은 투쟁을 이끌지는 않고 협상의 권한 위임만 요구하고 있다.
엄길정 대의원은 “[지부 집행부가] 손 털겠다는 얘기를 하더라. 쉽게 정리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비판했다.
한편, 백기홍 1공장 대의원 대표가 사측의 압력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안타깝다. ‘1공장 내에서 총고용을 보장한다’는 발언을 하면서 1공장 내부에서는 전환배치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아랫돌 빼서 윗돌 박기’식의 전환배치를 거부하고 있다.
현재 1공장 대의원과 조합원 들의 투쟁으로 사측은 조금씩 물러서고 있다. 노동자들의 신차 생산 거부로 지금 1공장 가동률은 절반도 안 돼 사측은 쩔쩔매고 있다.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 주는 통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도 “강성노조 망령이 안 떠난 현대차”라며 국제 자본가들의 걱정을 표현하고 있다.
울산 1공장 투쟁은 신차종이 투입될 때마다 정규직의 노동강도 강화와 비정규직 해고로 이윤 증대를 추구해 온 사측에 맞선 투쟁이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투쟁의 갈 길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현대차 사측은 지난해에 비정규직 점거파업에서 연대 투쟁을 건설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 1공장 대의원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안달이다. 따라서 이 투쟁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활동가들을 엄호하고 이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부 현장조직들은 투쟁 지지 대자보를 부착하고 지지 방문도 조직했다. 이런 연대는 더 확대돼야 한다. 이경훈 집행부도 ‘중재’에 매달리지 말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1공장 대의원 대표는 투쟁 돌입 초기에 결정한 ‘원하청 총고용 보장’ 약속을 꼭 지켜야 하며 반드시 조합원들의 민주적 의사를 물어서 투쟁을 마무리해야 한다.
각 공장 대의원들은 공장별 보고대회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이 투쟁의 의미를 알리고 연대도 건설해야 한다. 공격받고 있는 정규직 대의원들을 방어하는 캠페인도 벌여야 한다. 비정규직 지회도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게 이 투쟁을 알리고 연대를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