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정세가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진작부터 많았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대한 불만이 쌓인데다가 고물가가 그것을 부채질하고 있는데, 이명박의 레임덕 속에서 대중의 자신감이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최근 상황은 이런 예측대로 가는 듯했다. 유성기업 파업, 서울대 법인화 반대 점거 농성, 반값 등록금 촛불시위, 현대차 아산공장 파업 등이 연달아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분출이 거듭 차단당하거나 각개약진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여기저기서 이런 투쟁이 터져 나올 때마다 조중동은 ‘2008년 촛불이 재연될까 봐 불길하다’, ‘정치화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길거리가 아니라 정치의 장으로 가져 와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이런 주문이 어느 정도 먹히고 있는 것이다.
‘정치의 장’(국회)으로 투쟁의 무게중심을 가져가면서, 정치화 즉 일반화된 정치적 반대로 투쟁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가 이런 문제들을 가로채서 이명박과 영수회담을 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내년 선거에서 민주당과 손잡고 이명박을 심판하자는 방향으로 모든 문제를 귀결시키는 민주노총, 진보정당, 주요 시민단체 지도자들의 계급연합 노선이 이것을 돕고 있다.
이렇게 투쟁이 일반화, 정치화되지 않다 보니 노동자들은 한진중공업 ‘희망의 버스’를 통해서나 연대의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 반대로 이명박과 조중동은 ‘등록금 문제는 이슈가 협소해서 광우병 촛불처럼 커지긴 힘들다’며 여유를 부리고 있다.
금속노조 김형우 부위원장의 말처럼 “각개돌파로는 어떠한 현안이든 쉽게 풀지 못한다. … 이명박 정권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모두 뭉쳐야 한다.” 지금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투쟁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연대하고, 이 투쟁들을 연결시켜 일반화된 정치 투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