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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권력을 강화하는 테러방지법은 제정돼서는 안 된다

국정원의 권력을 강화하는 테러방지법은 제정돼서는 안 된다

국회 정보위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하는 가운데 테러방지법안을 통과시켰다. 테러방지법은 세 차례의 수정을 거치긴 했으나, 국정원 내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해 관계기관의 대테러 활동을 기획·조정한다는 골격은 그대로 유지됐다.

국가정보원은 2001년에 입법을 추진하면서 월드컵의 안전 개최를 내세우더니, 월드컵이 무사히 끝나자 이번에는 이슬람과 북한의 테러 위험을 이유로 들고 있다.

국정원의 권한을 확대하는 테러방지법을 논의하기보다는 국정원의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의 도청과 정치사찰 논란이 일자 여야 대선 주자들은 한 목소리로 국정원 개혁과 통제 강화를 약속했다. 한나라당은 국정원장의 임명에 반발하면서, 국정원을 해외정보처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껏 개혁 성과는 감감무소식이다.

정보기관은 다른 국가기관과는 달리 조직과 활동 내용이 비밀로 돼 있다.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통제하기가 매우 어렵다.

업무의 속성상 비밀은 불가피하게 인정한다 하더라도 국정원의 역할은 정보 수집 업무와 방첩 업무에 국한돼야 한다.

정보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정책 집행과 사법행정 권한 행사는 다른 기관이 맡아야 한다. 정보기관의 권력 남용과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테러방지법은 테러 정보 수집에 관한 법이 아니다. 한 마디로 말해, 국정원 산하에 설치되는 대테러센터의 권한 및 활동에 관한 법이다.

대테러센터는 관계기관의 대테러 활동을 기획·조정한다. 테러 진압을 위해 특수부대의 출동을 요청하거나 금융 정보를 제공받고, 외국인에 대한 감청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테러에 대한 대응과 사후 수습 조치는 국가안전보장회의나 재난 관리 기구를 통하면 된다.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를 넘어 관계 행정기관의 업무에 개입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테러방지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다.

테러방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테러 개념이 모호하다. 개인적으로 저지른 단순한 범죄인지, 아니면 조직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테러 행위인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또, 대테러 활동은 테러의 예방과 대응에 관한 “모든” 활동으로 규정돼 있어서 대테러센터, 즉 국정원의 업무 범위가 무한정 확대될 수 있다. 그만큼 인권 침해의 가능성도 커진다.

테러방지법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테러를 막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고 테러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그 동안 테러 대응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테러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검찰과 경찰에서 담당해 왔고,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은 법무부에서 규제해 왔다.

테러 진압은 경찰특공대, 테러 물품 반입 방지는 관세청, 항공기 테러 방지 업무는 건설교통부에서 각각 담당해 왔다.

국정원이 수집한 테러 정보를 바탕으로 이들 기관과 협력해 테러 방지 활동을 하면 된다. 국정원이 이들 기관의 대테러 업무를 지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국정원은 예전과는 달리 권한을 남용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과거의 잣대로 현재의 국정원을 평가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인권 침해와 직권 남용을 일삼던 과거 모습에 비해 조금이라도 달라졌다면, 그것은 국정원을 믿어 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끊임없는 견제와 비판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테러를 예방하고 막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테러방지법을 만든다 한들 국정원이 사전에 테러 관련 정보를 입수하지 못한다면 테러를 막을 수 없다.

국정원이 테러방지법 제정에 쏟는 시간과 비용을 뒤떨어진 테러 정보 수집 능력을 높이는데 쏟아야 한다.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의 개혁에 역행하는 반민주적인 법이므로 제정돼서는 안 된다.

장주영(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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