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등록금 집회에서는 등록금 문제만을 말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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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같은 학교에 다니는 지인과 토론하다가 반값 등록금 집회에서 등록금 문제를 다른 정치적 사안(예컨대 유성기업 파업이나 서울대 법인화 등)과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잘못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 이유는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른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 이탈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값 등록금 집회가 매우 정치적인 집회로 인식돼 공격당하기도 쉽고, 더욱 참여하기 부담스러워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우선 다른 사안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거나, 집회장을 떠나거나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값 등록금 집회를 참여하는데 유성기업 파업을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유성기업 노조의 연대발언이나 선전이 포함된 집회를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민중들의 저항 운동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지배계급인 자본가들이 진정한 적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마땅히 지원해야 할 고등교육 재정을 자본가들의 이윤을 보전하기 위해 돌려쓰는 것이 등록금 문제의 본질이다. 서울대 법인화나 유성기업 역시 자본가들의 이윤추구가 낳은 사태다. 그리고 지배계급은 자본주의적에서 자본가로서 공통된 이해관계로 묶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저항 운동의 방향을 공통의 적인 지배계급으로 향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안별 집회를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이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집회에 정당이나 연대단체의 참여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람들 중 소수가 때때로 그 이유로 반감을 가지고, 집회에서 빠져나오거나 불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대를 확대하는 것은 그러한 소수의 이탈보다 얻을 수 있는 득이 더 크다. 반값 등록금 문제에서 등록금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도 함께 제시하는 것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문제의식을 확대해 다른 운동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등록금에만 갇힌 의제를 확장하는 것은 등록금이 아닌 다른 문제로 투쟁하는 사람들도 참여하게 해 폭을 넓히기 때문에 연대를 확대하고 힘을 강화할 수 있다.
현재 한대련의 반값 등록금 집회에 맞서 지배계급은 운동을 분열시키기 위해 반값 등록금을 위해서는 ‘부실 대학’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물타기하고 있다.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부실 대학'의 학생이나 교수, 직원들이 이런 논리에 휘둘리거나 수긍하지 않도록 구조조정 반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반값 등록금 운동이 서울대 법인화 반대 운동과 만나 교육 공공성 강화로 확장하고 유성기업 노조 파업과 만나 반자본주의 운동으로 확대하는 것은 지배계급의 분열책동을 깨뜨려 운동을 팽창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