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책임지고 이 투쟁을 사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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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금속노조 김형우 부위원장이 오늘(6월 28일)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한 발언문이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세 명은 지금도 공장 안팎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대표해 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들은 ‘파업 철회’ 무효 선언, 금속노조의 연대 투쟁 결의 등을 촉구했다. 회의장 밖에선 기륭전자, 기아차 등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일부 단체 활동가들이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요구를 담은 피켓팅도 벌였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일단 한진중공업 투쟁을 사수하기로 결정했는데, 더 분명하게 이들의 호소를 모두 수용해야 할 것이다.
권용상 한진중공업 조합원
합의 내용, 과정, 형식 모두가 철저히 잘못됐다. 지회장이 조합원 간담회에서 총파업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상당한 반발이 있었다. 조합원들은 지도부가 파업을 철회하면 투쟁의 구심이 사라지고 김진숙 지도위원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몇몇 조합원들은 무릎을 꿇고 간곡하게 호소했다. 지회장은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파업 철회를 선언하고 나가 버렸다.
남아있던 조합원들은 노조 지도부가 파업 철회를 발표하지 못하게 막으려고 절절한 심정으로 노조 사무실 계단에서 노숙을 했다.
그런데 지회장은 조합원들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팩스로 파업 철회를 선언했다. 지회장은 회사 식당에서 사장과 만나 합의서도 작성했다.
우리는 노사 합의를 하러 가는 것도 몰랐고, 내용도 몰랐다. 동지들이 끌려가고 있는 그 순간에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
이번 노사 합의는 조합원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만든 것이다.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있다. 이번 노사 합의는 금속노조 규약도 무시한 것으로 원칙적으로 무효다.
금속노조가 이런 견해를 밝혀 달라. 이번 합의가 무효가 돼야 우리 투쟁이 명분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이번 합의가 무효임을 밝혀 달라.
그리고 내일부터 다시 힘있게 투쟁해 달라. 금속노조가 책임을 지고 정리해고가 철회될 때까지 투쟁해 줄 것을 호소한다.
박희찬 한진중공업 조합원
조합원들을 속이며 지회장이 합의문을 작성했다. 국민을 속이는 이명박과 무엇이 다른가. 오늘도 김진숙 동지는 빗속에서 목숨을 건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지회장은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정말 한심하다. 중집에서 바로 잡지 못하면 금속노조가, 민주노총이, 민주노조의 정신이 무너진다. 꼭 바로잡아 달라.
김형우 금속노조 부위원장
한진중공업은 한 작업장의 문제가 아니다. 희망의 버스로 이미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번 투쟁은 다른 정리해고 투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미 자본과 노동의 대리전이다.
이번 합의문이 그대로 인정되면 사람들은 결국 노조가 이대로 정리해고를 수용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번 합의에 대해 입장을 바로 세우고 투쟁 계획을 발표해야 조합원들이 힘을 얻을 것이다.
이것은 금속노조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다. 합의를 한 그 시간 금속노조 위원장이 공장 밖에 있었지만, 사측은 노조 대표자를 무시하고 지회장과 합의를 강행했다.
지금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금속노조에 집중돼 있다. 결정이 늦어지면 늦어지는 만큼 투쟁이 어려워진다.
수많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미래가, 김진숙의 미래가, 금속노조의 미래가 이번 투쟁에 달려있다. 주저할 이유가 없다. 합의 무효 입장을 분명히 하고 투쟁 계획을 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