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친구조차 사치”라던 한 학우의 죽음
〈노동자 연대〉 구독
지난 7월 2일 나와 같은 대학, 같은 과를 다니던 고(故) 황승원 학우가 냉동기 보수작업을 하던 도중 차가운 지하실 바닥에서 목숨을 잃었다. 고인은 지난 5월 중순부터 냉동기 관리 업체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해 왔다.
그의 죽음은 등록금과 가난 때문이었다. 그의 집안은 어린 시절부터 매우 가난했다. 그래서 일반적인 교육과정을 상당부분 이수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배움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교육을 받아 본 적도 없지만, 고입·대입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2009년 서울시립대 경제학부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는 경제 형편이 어려워 대학 생활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친구들이 생기면 돈 쓰는 일이 생긴다는 이유로 모친에게 “저에겐 친구조차 사치에요” 하고 말할 정도였다.
등록금을 지원해 줄 수 없는 집안 사정 때문에 그는 한 학기만 다니고 군대를 가야 했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와도 아르바이트를 했고, 제대 후에도 등록금을 마련하고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위험하지만 상대적으로 보수를 많이 주는 냉동기 관리 업체에서 근무를 하게 됐다. 하지만 그는 캠퍼스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몸이 됐다.
서울시립대 경제학부의 한 학기 등록금은 2백4만 4천 원. 사립대 등록금의 반값 수준이다. 하지만 그는 그 정도의 등록금도 납부할 여력이 없었다. 그는 첫 등록금도 부담할 능력이 없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납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시립대의 이사장 구실을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립대의 등록금은 이미 사립대에 비해 반값”이라며 등록금 문제 해결을 외면했다. 그러나 그 ‘싸다’는 시립대의 등록금마저도 감당하지 못하고 힘들게 일을 하다 변고를 당한 황승원 학우를 생각하면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현실성 없고 민심과 괴리돼 있는지 알 수 있다. 황승원 학우의 죽음은 무상교육이 얼마나 학생들에게 절실한지를 보여 주는 한 사례다.
다시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황승원 학우와 같은 학생들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