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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를 무대로 계속되는 미중 갈등

‘대테러 전쟁’ 10년의 처참한 실패와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는 초강대국 미국의 귄위를 실추시키는 쌍두마차였다. 게다가 아랍 혁명과 민중 반란은 중동에서 미국의 패권을 더욱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다.

미국 지배자들은 초강대국 지위를 잃을지 모른다는 조바심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부상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물론 미국과 중국은 서로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관계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무역수지 적자, 환율 등을 둘러싼 갈등도 낳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아시아에서 지정학적인 갈등으로 연결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 등으로 한반도 서해에서 갈등이 고조됐다면 올해는 남중국해 섬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남중국해는 석유와 가스 등 자원이 풍부해 지난 1990년대부터 중국과 주변국 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의 군사전문가인 마이클 클레어의 자료를 보면, 1989년부터 1999년 사이에 남중국해에서 무력충돌은 13차례나 계속됐다.

남중국해 분쟁은 단지 천연자원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이 중동에서 수입하는 석유의 약 4분의 3이 이 지역을 통과하고, 중국 무역량의 60퍼센트가 이 지역을 통과한다.

압박

이제는 미국이 남중국해 섬들을 둘러싼 중국과 인접 국가 사이 갈등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미국은 필리핀·베트남과 각각 군사훈련을 벌이면서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6월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연례안보회의에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남중국해에서 선박 운행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미국의 국익”이라며 “미군의 개입을 강화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중국도 남중국해가 “중국의 핵심이익”이라고 강조하며 이 지역에 해군력을 더욱 증강 배치하고 있다.

결국 미국 패권의 상대적 약화는 평화와 긴장완화로 이어지기는커녕 세계 곳곳에서, 특히 급부상하는 경쟁자가 있는 아시아에서 더 한층의 긴장 고조를 낳고 있다.

이런 갈등이 당장 정면 충돌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안정과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중 갈등은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 경제적 갈등이 국가간의 지정학적 갈등과 연결되면서 이 세계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있는 분명한 사례다.

미중 갈등과 한반도 긴장

한국 공군은 조만간 한국 상공에서 공중급유 훈련을 하기로 했다. 이 훈련은 한국 공군이 미국과 협력해 중국 연안뿐 아니라 내륙까지 공격할 능력을 갖는다는 뜻이다.

지금 강정마을에 만들어지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도 미중 갈등 고조와 관련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남중국해에서 끝나지 않고, 남중국해-동중국해-센카쿠열도-대만해협-서해로 이어지는데 이 사이에 바로 제주도가 있기 때문이다.

제주 해군기지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겨냥한 MD(미사일방어) 체제의 전초기지가 될 수도 있다. 제주도 해군기지에 배치될 한국 이지스함은 언제든지 미국 주도의 해상 MD 체제로 전환 가능하다. 이것은 중국의 반발을 살 것이고 한국 정부는 그것에 부담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MD 참여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물론 제주해군기지는 단지 미군 지원용으로 건설되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이후 대양해군과 자주국방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한국의 국제 교역에서 매우 중요한 말라카해협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제주해군기지는 지원함정을 신속 투입할 수 있는 요충지가 될 것이라는 게 남한 지배자들의 계산이다.

지금 민주당이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제국주의 열강과 남한 지배자들 전체에 맞서는 독립적인 반제국주의 관점과 운동 건설이 필요하다.

김어진 씨는 맑시즘 2011에서 ‘변화하는 동아시아 질서 - 중미 신냉전으로 가는가?’의 연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