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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출신 이주 노동자에 대한 강제 추방을 반대한다

조선족 출신 이주 노동자에 대한 강제 추방을 반대한다

‘불법 체류’ 단속에 돌입한 경찰은 조선족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과 식당, 건설 현장 주변을 이잡듯이 뒤지며 조선족 출신 이주 노동자들을 잡아가고 있다.

법무부는 국적 회복을 신청한 조선족 출신 이주 노동자 대부분이 4년 이상 체류한 ‘불법 체류자’여서 국적 회복 신청을 받을 수 없다며 고작 합법 체류자 4명의 신청서만 받아들였다.

국적 취득을 신청한 조선족 출신 이주 노동자들 가운데 2천4백여 명이 8개 교회에 흩어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3백여 명은 재외동포법 개정을 촉구하며 한국교회 1백주년 기념관과 기독교 회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조선족 출신 이주 노동자들은 일제 강점기에 탄압을 피해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피신가거나 일제의 강제 이주 정책 때문에 이주한 사람들의 후손들이다. 한국 정부는 1965년 일본과 수교할 때는 재일 교포들에게 국적 회복 기회를 주었으나 1992년에 중국과 수교할 때는 중국 동포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 따라서 조선족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국적 선택의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마찬가지로, 1948년 한국 정부 출범 이후 국외로 이주한 사람들만 동포로 규정한 현행 재외동포법을 개정하라는 요구도 정당하다.

현재 단식 농성자들 가운데 이미 1백여 명이 응급실에 실려갔다. 강제 추방이라는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들은 쓰러지고 수액을 맞아가며 열흘이 넘도록 단식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저는 1999년도에 흑룡강에서 남편이랑 왔어요. 올 때 1천만 원 들여서 왔는데 말도 못하게 고생 많이 했어요. 버섯농장에서 일했는데 버섯이 썩으니까 비닐하우스에 가스가 많이 찼고 그걸 오래 마셔서 혈압이 확 오르고 중독 증세가 나타나서, 지금은 남편 혼자 벌고 있어요. 이제 근근이 빚을 다 갚았어요. 그런데 지금 가라고 하니까 기가 막혀요. 우리 아버지 형제분들이 7남매인데 모두 여기서 살아요. 단지 아버지가 제 출생 신고를 여기서 못했다고 이렇게 핍박을 받으니, 저는 이 운동에 적극 뛰어들 수밖에 없어요.”(정금녀 씨)

“우린 다 벼랑 끝에 몰렸어요. 여기서 뒷걸음질하면 우린 죽어요. 제가 62살인데 밥을 굶는다는 게 보통 괴로운 게 아니예요. 어제 수액 맞고 간신히 일어나 앉아 있어요. 북한을 포용한다 어쩐다 하면서 왜 천신만고 끝에 온 우리한테는 가라고 하고, 게다가 벌금까지 떡 붙여 가며 … 정부는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요.”(이동호 씨)

“여지껏 서류 다 떼어다가 민주당, 한나라당 다 찾아가 봤어요. 난 대한민국 후손이라고 호소하러요. 해결책이 없다는 답장만 받았어요. 여기 와서 맨날 ‘불법 체류자’라고 경찰들에게 쫓겨다니고, 우리가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해요? 그리고 어떻게 중국‍·‍러시아 같은 데 사는 동포는 동포가 아니라고 밀어낼 수가 있어요? 우리가 못 산다 이거죠.”(흑룡강에서 온 중국 동포 이주 노동자)

조선족 출신 이주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 때문에 이들에 공감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조선족의 친구들’이 여론조사기관 월드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조선족 출신 이주 노동자들에게 한국에서 살 권리를 줘야 한다는 응답이 73.3퍼센트나 됐다. ‘재외동포연대추진위원회’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중국 ‘조선족’이나 옛 소련 지역 고려인들이 모국인 한국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89.1퍼센트나 됐다. 현행 재외동포법의 개정에는 77.4퍼센트가 찬성했다.

단결의 필요성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이러한 여론을 외면하고 있다. 법무부는 ‘불법 체류자’의 국적 신청을 접수하지 않겠다고 버티며 헌법소원을 낸 사람들도 단속 대상이라고 협박했다. 11월 11일에는 조선족의 출입국 규제를 더욱 강화한 법무부의 재외동포법 개악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법무부는 “불법체류자 처리나 국적 회복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 동포에게 특혜를 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1억 달러 이상 고액 외국인 투자가에 대해서는 거주 기간에 상관 없이 영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조선일보〉 11월 20일치). 한 마디로 말하면 부자들에게는 돼도 노동자들에게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국적 회복 운동’과 ‘재외동포법 개정 운동’이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재외동포연대추진위 등 재외동포법 개정 특위는 국적 회복을 반대하고, 국적 회복 운동을 이끄는 서경석 목사는 법무부의 재외동포법 개악안을 지지한다.

이런 태도는 자멸적인 것이다. 조선족 출신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 추방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단결이 시급하다. 재외동포법 개정이든 국적 회복이든 두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조선족 출신 이주 노동자들은 강제추방 당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한국 국적을 주든지, [아니면] 중국 동포들이 마음대로 내왕하도록 해 줬으면 해요.”(국적 회복 신청자 정금녀 씨), “국적 당장 못 주겠으면 영주권이라도 줘야 할 것 아니예요. 그래야 우리가 자유롭게 일도 하고 왔다갔다 할 수 있잖아요.”(국적 회복 신청자 이동호 씨), “제가 한국 정부에 바라는 것은 우리에게 다른 동포들처럼 취업의 자유와 자유왕래를 보장해 줬으면 하는 거예요.”(재외동포법 개정을 요구하며 농성중인 김지은 씨).

조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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