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 머리말>
이 소책자의 초판이 나온 지 벌써 1년 반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청년실업 문제는 본질에서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이 책자의 초판이 쓰였을 시점에 비해 실업인구는 더 늘었고 기존에 있던 양질의 일자리도 위협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진행돼 온 세계 자본주의의 장기불황과 노동계급에 대한 자본가들의 공격이라는 두 추세의 산물이다. 따라서 초판에 쓰인 글들의 분석들은 개정판을 내는 지금에도 대체로 유효하다. 초판 당시와 오늘날에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보여 주는 지표들의 수치는 더 악화했음에도 말이다.
다만 크게 두 가지 점을 고려했을 때, 지표를 업데이트하는 것 이상으로 폭넓은 개정판을 출간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첫째, 기본적으로 같은 내용을 전달하려는 글들이긴 하지만 좀 더 구체화하고 정제된 설명들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필자가 청년실업 문제를 주제로 여러 차례 기사를 기고하거나 토론모임·포럼 등에서 발표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글들에서는 너무 간략히 다룬 지점들을 좀 더 충분히 다룰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그 과정에서 어떤 지점을 강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축적할 수 있었다. 이번 소책자에서는 기존에 부족한 부분들을 조금 더 충분한 분량을 들어서 소개하고자 했다. 특히 기존 소책자에 포함돼 있었던 기득권 세력이 퍼뜨리는 청년실업에 대한 ‘혹세무민’설에 대한 반박을 조금 더 풍부히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내용은 초판에 실렸던 글을 수정하면서 반영했고, 일부 내용은 아예 새로운 글을 게재해 설명을 덧붙이고자 했다(물론 이번에 새로이 게재된 글들도 상당 부분 <노동자 연대> 등이나 이곳저곳에서 발제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대학구조 개혁 문제 등은 청년실업 문제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는 쟁점인데도 기존 소책자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이번에 추가될 필요가 있었다.
둘째, 초판 발행 당시와 지금의 정세가 다르다. 객관적 정치정세도 변했고 비슷한 시기에 청년 문제 관련 논쟁의 초점이 변화하거나 아예 새로운 쟁점이 부상하기도 했다. 예컨대 4차 산업혁명 문제는 (이전에 있었던 쟁점들의 연속 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당시로써는 지금처럼 큰 쟁점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최근 유행하고 있으므로 비판적으로 다뤄 볼 필요가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은 1천6백만 촛불 민중의 힘으로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한 정국이다. 모두가 적폐 청산과 공정한 사회의 건설을 외치는 가운데 조기 대선이라는 중대한 정치적 사건이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대선 주자들의 정책 대안들을 세밀하게 그리고 비판적으로 분석할 필요, 그리고 노동계급 운동과 청년·학생들에게 박근혜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의 정치적 견해를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소책자의 기본적 기획을 대부분 맡아 주고 나와 함께 글을 써 주신 박한솔 동지 덕분에 초판에서보다 여러 면에서 발전된 글이 나올 수 있었다. 박한솔 동지가 없이 혼자서 이 개정판이 나오긴 힘들었을 것이다. 기획과 본문을 검토해 준 정선영, 강동훈 동지 역시 매우 감사하다. 로봇과 인공지능 그리고 실업에 관한 조사와 분석을 처음 독려해 주신 장호종 동지 덕에 분석을 풍부히 할 수 있었으며, 그 글에서 보완돼야 할 점에 대해서 유용한 지적을 해 준 박혜신 동지께도 감사드린다. 비록 동료 활동가들이 기대한 바에 부족하지는 않을까 부끄럽긴 하지만 말이다. 이 외에도 이 소책자의 발행에 도움을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물론 문제가 있다면 최종 책임자는 필자들이다.
박근혜 탄핵 이후, 모두가 더 나은 사회를 건설돼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우리는 그 목소리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부디 이 소책자가 운동의 논쟁과 방향설정 그리고 진전에 조금이라도 기여를 해서 그 은혜를 갚을 수 있기를 바란다. 지배자들이 혼란에 빠져 있는 이 상황에 운동이 진전한다면 우리는 큰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이 소책자에서 제시한 분석이 그 진전을 위한 정치적 무장에 부족할지언정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자본가들은 온갖 사치를 누리는 이 세상에서 물질적 결핍과 가혹한 경쟁 속에서 우리의 친구들은 희생을 겪는 일이 언젠가는 영영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7년 4월 7일
김종현 (필진을 대표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