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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문재인 정부, 촛불 염원을 저버리다》:
우파 회복에 열 받고 문재인 개혁 배신에 실망했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

지난 주말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은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이 촛불 정신을 날치기”했다며 핏대를 세웠다. 세월호 참사 은폐 주범이자 촛불들의 분노 대상이던 자가 감히 촛불 운운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우파들은 매주 광화문 광장에서 작지 않은 규모로 집회를 열면서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극악스럽게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주요하게 참가한 주변 집회를 시끄럽게 방해하기까지 했다.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촛불 들고 거리로 나선 사람들에게 이 상황은 기가 막히고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다.

반우파 정서 탓에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퇴진 촛불 운동이 있은 지 고작 2년 만에 우파들은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우파들을 막으려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도 삼가야 하는 것 아닐까?

《문재인 정부, 촛불 염원을 저버리다》 김문성,김영익,김하영,최일붕 지음|책갈피|2019년|704쪽|22,000원

진보 개혁을 염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지금 한 번쯤 부딪히게 될 물음일 것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사려 깊지만 명쾌한 답변들”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문재인 정부, 촛불 염원을 저버리다》는 지난 2년간 꾸준히 문재인 정부의 모순과 불충분성을 지적하고 기록한 글들을 모아서 엮은 책이다. 이 책은 정치, 경제, 외교·안보, 노동, 여성 등 문재인 정부 실천의 궤적을 여러 부문을 망라해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마르크스주의의 유물론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역사적 교훈에서 배우고자 했다는 점이다. 저자들의 설명대로 “여론이 아니라 물질적 현실에 발 딛고 서서 냉철한 관찰과 분석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해 온 결과물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를 자처하고 적폐 청산, 노동 존중, 페미니스트 대통령, 한반도 평화 등을 내세우며 집권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진보 개혁을 이루리라는 기대가 많았다.

얼마 전 집권 2년을 맞아 열린 KBS대담에서 문재인은 “촛불정신 위에 서 있다”면서 현 정부가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킨 촛불의 연장선에 있음을 드러내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이 정부가 진보 개혁 정부라거나 또는 (설사 진보까지는 아니더라도) 촛불 운동의 덕을 봤고 그 여파가 미칠 것이므로 어느 정도는 진보적 개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거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런 관측의 실천적 결론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고, 우파의 공격에서 엄호하며, 문재인 정부와 개혁 공조”하기로 이어졌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 내내 촛불의 염원을 일관되게 대변한 적이 없다. 사실 그는 안철수보다 늦게 촛불을 지지했을 정도로 뒤늦게 운동에 올라탔다. 당선 뒤에는 우파들의 눈치를 살폈다. 이 책은 “사실 문재인 개혁이 처음부터 사용자 계급과 촛불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얼마 전 세월호 수사 청원을 거절하면서 청와대는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했다. 집권 직후 찾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한꺼번에 다 이렇게 받아내려고 하지는 말라”며 “노사정 고통분담”을 꺼내놨다. 이 정부가 자신에게 기대를 건 사람들에게 줄곧 보인 태도가 이렇다.

문재인은 당선 전에도 노무현 정부의 실패가 “운동권 내 기득권 세력이 노무현에게 비토”했고, “노동자들은 더 급하게 더 많은 요구를 하면서 노정이 부딪히고 갈등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린 바 있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개혁 기대감을 한사코 낮추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그래 놓고서 문재인은 남북 화해 국면으로 오른 지지율과 국민 화합 분위기를 박근혜가 못 했던 노동 개악을 야금야금 재개하는 데에나 써 먹었다. 그러나 평화 운운하던 이 정부 들어서도 국방예산은 계속 늘었다. 심지어 ‘김정은 참수 부대’의 예산도 30배 가까이 증액됐다.

문재인 정부를 옹호하는 자유주의 언론들은 여전히 요란하게 문재인 정부를 포장하려 든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삶이 달라지지 않음을 경험한 노동자들이 “사기치지 마라”며 스스로 투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 책은 노동자 투쟁이 전진해야 기를 쓰고 세력균형을 과거로 돌리려는 우파의 시도에도 더 잘 맞설 수 있다고 제안한다.

“문재인 정부 2년이 지나 3년 차로 들어서는 지금, 문재인 정부에 대한 초기 열정과 지지가 속절없이 빠진 지금, 그동안 찌그러졌던 우파가 그 틈을 타 세력을 회복하는 지금, 누구의 진단과 실천이 옳았는지 살펴 봐야 한다. 사기와 방향감각을 잃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머리말 중)

문재인에 대한 실망이 빚은 정치적 각성이 어디로 향할지 예정돼 있지 않다. 좌파들의 독립적 분석과 실천, 입증의 과제는 여전히 중요하다. 이 책은 문재인 정부에게 품었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역사를 돌아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행보 그 이면에 깔린 동학을 규명하고 진정한 진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대안을 찾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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