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는 ‘미국에 사진 찍으러 가지 않겠다’고 했다가 몇 달 뒤에 ‘한신 장군도 어릴 때 무뢰배의 가랑이 사이를 기었다’며 곧장 미국에 굴복한 어느 대통령을 우리는 알고 있다. ‘선거 때는 무슨 말을 못하냐’며 자신을 포함한 정치지도자들의 공적 언어를 몸소 개골창에 처박은 지금 대통령의 임기도 몇 달 남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세 사람의 유력 대통령 후보가 매일처럼 전국을 돌아다니며 방송 카메라 앞에서 쏟아내는 말들의 성찬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그 말들을 문자 그대로 믿는 이는 별로 없다. 그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후보자들은 얼굴에 검댕을 묻히며 연탄을 나르고, 수십대의 카메라 앞에서 장애어린이를 발가벗겨 목욕시키고, 재래시장에 출몰하여 목도리를 걸쳐주면서 그 ‘말’을 ‘그림’ 속에 배치한다. 그러나 결국 핵심은 ‘말’이고, 그 말의 역사적 정치적 맥락이며, 현실 속의 누군가를 찌르거나 보듬는 구체성이다.
전문 보기: [세상 읽기]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