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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공동성명
민주노총 지도부는 사회적 대화에 연연하지 말고 투쟁 확대에 전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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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민주노총 중집을 앞두고 11월 14일 노동조합 안팎의 좌파단체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입니다.
지난 11월 10일 노동자대회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노동자들의 점증하는 불만은 물론이고 투쟁 의지와 잠재력을 유감 없이 보여 줬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문재인 집권 1년 반 만에 태평로를 빼곡하게 메웠다.
공약 파기와 후퇴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친기업 반노동 정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여당은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격으로 민주노총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노총을 “일방적이라 말이 통하지 않는” 집단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 참여에 대한 회의론을 확대시킨 것은 다른 누가 아니라 정부·여당 자신이다.
줬다 뺏은 최저임금, 자회사 전성시대로 전락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 때문에 이미 올해 여름 정부에 우호적이던 지식인들조차 “노동자들이 조삼모사 식 정책 행보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을 정도다(‘지식인 선언’). 그 뒤로도 정부·여당은 규제 완화법 통과를 강행했다.
지난 10월 17일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의 유회는 이처럼 노동존중 운운하면서 뒤통수 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었다. 정부가 나서서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촉구하고 김명환 집행부가 굳은 의지를 보였음에도, 민주노총 대의원들이 사회적 대화 참여에 열의를 내거나 힘을 실어주지 않은 이유다.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 유회 이후 문재인 정부는 친기업 본색의 가속 페달을 더욱 힘껏 밟고 있다. 10월 하순 발표한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에서 기업들에 금융·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 등을 약속했다. 또, 11월 초에 정부·여당은 보수 야당들과 함께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화,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기로 다짐했다. “기업의 어려움 해소”를 이유로 들었다. 원격의료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한다. 원격의료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대표적인 의료영리화 정책이다.
설사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참여를 결정했더라도 뛰쳐 나와 싸워야 마땅한 일들이 줄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한국노총 지도부조차 말로나마 정부가 “사회적 대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불평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김명환 집행부가 정책대의원대회 유회 이후에도 경사노위 참가 추진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경사노위 참가 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콘텐츠 만들어” 내부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매일노동뉴스〉).
우선 이것은 정책대의원대회 유회에 반영된 적잖은 조합원들의 정서와 그 정치적 의미를 진지하게 수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다. 민주노총 지도부와 사무총국 내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이 표출돼 왔다. 일각에서는 이를 계파 갈등으로 치부하려 하지만, 여기에는 사회적 대화보다 투쟁에 힘을 실으라는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반영돼 있다는 점을 김명환 집행부는 무시해선 안 된다.
변화를 반영하는 지도력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그 또한 문제다. 김명환 집행부가 사회적 대화를 중시해 온 것은 두루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문재인 정부가 양보할 기색은커녕 노동 공격을 노골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에 미련을 두고 투쟁 확대에 미온적이라면 오히려 민주노총이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우향우는 경제 위기 심화와 고용 사정 악화를 배경으로 급진전되고 있다. 이것은 정부·여당이 탄력근로제 확대나 광주형 일자리 등과 같은 노동조건 공격을 단호하게 추진할 것임을 뜻한다. 이것은 또한 정부·여당이 민주노총을 사회적 대화로 끌어 들이려는 목적이 분명하다는 것도 뜻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임금 수준이 오르면 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한다]”며 조건 양보를 압박하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여당의 공약 파기와 후퇴, 그리고 노골적인 노동조건 공격을 막으려면 노동운동은 사회적 대화에 기대를 걸지 말고 단호하고 완강하게 투쟁해야 한다. 이것은 민주노총 조합원뿐 아니라 노동계급 전체의 조건이 걸린 문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11월 21일 하루 파업을 디딤돌 삼아 투쟁을 더 확대해 나가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2018년 11월 14일
공공운수현장활동가회의, 교육노동운동의전망을찾는사람들(교찾사), 금속활동가모임, 노동당, 노동자연대, 노동전선, 노동해방투쟁연대, 사회변혁노동자당, 실천하는 공무원 현장조직
원문 제목: [공동성명] 민주노총 지도부는 사회적 대화에 연연하지 말고 투쟁 확대에 전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