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이 목숨을 잃은 바로 그 현장에서 또다시 산업재해 사고가 터졌다. 오늘(4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점검 업무를 수행하던 하청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 장치를 피하려다 좁은 통로에서 사고를 당한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당시 2인1조 작업 중이라 동료 노동자가 제동장치를 작동시켜 사망사고는 피했지만, 해당 노동자는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만약 동료가 없었다면 영락없이 또 한 번의 끔찍한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김용균의 장례를 치른 지 한 달도 안 된 지금, 심지어 같은 현장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죽음을 짊어진 채 작업현장에 내버려져 있다.
이번에도 문제는 역시 위험의 외주화와 민영화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하청업체 “한전산업개발” 소속이라고 한다. 김용균이 소속된 업체였던 “한국발전기술”과 마찬가지로, “한전산업개발” 또한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발전소가 설비업무를 외주화하기 위해 자회사로 분리한 뒤 민영화시킨 회사다. 1990년 한국전력의 자회사로 떨어져 나온 이 회사는 2003년 한국자유총연맹이 지분을 사들이며 민영화됐다. 공공부문인 전력산업을 이리저리 쪼개 민영화하고, 한국전력과 발전소가 책임져야 할 안전업무를 외주하청업체로 떠넘긴 것이 바로 근본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사고에 대해 사측은 뻔뻔하게도 부상당한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사고 직후 작성한 보고서에서 사고 원인을 해당 노동자의 “판단 오류”와 “안전 불감”이라고 적시한 것이다. 김용균의 죽음 직후에도 회사는 ‘작업자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탓하며 책임을 전가해 분노를 일으킨 바 있다. 원청인 서부발전은 지난달 김용균의 장례를 치르며 공개 사과문을 게재해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오늘,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은 위험의 외주화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음이 드러났다. 서부발전의 그 약속은 그저 면피용일 뿐이었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오늘뿐 아니라 김용균의 죽음 이후에도 노동자들은 계속 일터에서 죽어나가고 있다. 당장 2월에만 현대제철 당진공장과 한화 대전공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터졌다. 두 곳 모두 이전부터 반복적인 산재사고로 노동자들의 죽음과 피해가 이어지면서, 민주노총과 노동·사회단체들이 “살인기업”으로 지목했던 기업이다. 그러나 국가는 이 죽음의 행렬을 사실상 방조했다. 이윤 앞에서 노동자들이 끼어 죽고, 떨어져 죽고, 폭발로 죽어도, 기업은 고개 한 번 숙이고 끝이다. 산업재해 기업을 강력히 처벌하는 기업살인법은 자본의 반발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매일 노동자들이 죽음의 일터로 향하는 현실에서, 안전사회를 만들겠다는 대통령과 정부의 반복된 말은 공허할 뿐이다. 진정 위험의 외주화를 없애겠다면, 직영화를 강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간 민영화·외주화한 공공부문 업무들을 다시 직접적인 국가 책임으로 환원하라.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도록, 산재 발생 시 이윤을 환수하는 강도 높은 기업살인법을 제정하라. 김용균의 죽음 앞에 쏟아냈던 많은 말들이 그저 생색내기가 아니라면, 이제 말이 아니라 실제로 입증해보여야 할 것이다.
2019년 3월 4일
사회변혁노동자당
원문 보기: [성명] 또다시 발생한 태안화력 산재사고, 언제까지 외주화를 방치할 것인가 — 민영화·외주화 직영으로 전환! 기업살인법 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