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이 이틀째 이어졌다. 파업 첫날에 이어 2만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을 없애고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파업은 경부고속도로 진입로 점거농성 등을 제외하고는 충돌 없이 진행됐다. 전국의 학교 5곳 중 1곳의 급식이 중단되고 돌봄교실 등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으나 우려했던 급식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학부모·학생 대다수는 불편을 감수했고, 시민사회단체의 파업지지 선언도 잇따랐다. 그만큼 파업의 명분이 설득력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이번에 과거와 다른 성숙한 파업문화를 보여준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장 대신 거리로 나선 데는 정부 탓이 크다. 문재인 정부 1호 국정과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였다. 그러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85만명 중 내년까지 정규직으로 신분이 달라질 노동자는 43만명에 그친다.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더라도 대다수가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 형태이거나 무기계약직으로, 고용불안은 여전하다고 한다. 예산 권한을 소속기관이 아닌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어 임금·복지 등을 놓고 책임 있는 사용자와의 교섭도 불가능하다. 약속은 절반만 지켜졌고, 그나마 생색내기 수준으로 처우가 엉망이다보니 실망하고 분노한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다.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821만명으로 전체 노동자 5명 중 2명꼴이다. 임금수준은 정규직 대비 60%에 그치고, 5명 중 2명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 가입률은 2%로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주장도 어렵다. 그런데 최저임금 속도조절·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으로 ‘노동 존중’ 의지를 의심받던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약속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파업에 대해 고교생들이 “미래의 우리들 문제”라며 동조 시위를 벌이고, 일부 시민·학부모들이 “내 아이들은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면서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새겨듣고 또 답해야 한다. 말로만 노동 존중을 외치지 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읽고 그에 걸맞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를 환영하고 지지할 국민은 많지 않다.
원문 보기: [사설]비정규직 파업 지지 여론과 노동존중 공약 사이